<한국후지필름 인스탁스팀> 이송이 팀장 인터뷰
글ㆍ재구성 | 천그루숲, 소마코
by. 마케팅 컨설턴시 골드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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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단어의 진짜 의미를 알고 싶다면 그 단어의 반대의 뜻을 가진 단어를 나열해 보면 된다. 같은 방법으로 좋은 브랜드 경험이 무엇인지 정의하려면 나쁜 브랜드 경험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다. 단 5분이라도 손님에게 기분 좋은 시간을 선물하는 것, 그것이 거창한 ‘브랜드 경험’이라고 감히 말해도 되는 걸까?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경험이란 이렇게 소비자의 발걸음을 부르거나 끊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 무조건 친절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 가게에 가면 경험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무형의 자산이라 흉내 낼 수도 없다.
Q: 인스탁스는 다른 어떤 브랜드보다 ‘경험’이 중요한 브랜드라고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 주로 어떤 업무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일본 브랜드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신제품 전략을 전달받는데, 우리는 이를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현지화 작업을 진행합니다. 일본에서 제공하는 가이드와 별도로 우리가 따로 상품을 분석하고, 시장조사를 하고, 최근 트렌드에 맞춰 시장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등 새로운 프로모션을 수립하고 있어요. 신제품 론칭이 있을 때는 우리나라에 맞게 프리어닝 시즌 작업을 합니다. 그 안에서 시즌별 마케팅 활동이 들어가죠. 보통 두 달 단위로 프로모션을 기획하는데, 고객들에게 알리고 고객들이 경험하는 과정, 그리고 랜딩페이지를 통해 우리 페이지로 유도하고 여기서 구매까지 이루어지도록 단계별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Q: 소비자 리서치는 어떻게 하나요? 그리고 이를 통해 무엇을 알고 싶은 건가요?
소비자 리서치는 전문회사에 외주를 줍니다.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부분들을 전달하면 리서치 회사에서 설계해 주죠. 인스탁스를 구매한 고객들은 어느 포인트에서 호감을 가지는지, 구매로 전환되는데 기여한 부분은 무엇인지, 아직 구매하지 않은 사람들이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물어봅니다. 주로 사용하는 SNS는 어떤 채널이고, 요즘 관심사는 무엇이며, 인스탁스 사용자들에게는 언제가 제일 좋았고 어떨 때 사용하는지, 들고 다닐 때 불편함은 없는지, 화질은 만족하는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물어봅니다.
Q: 어떤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 반응을 끌어냈는지 궁금합니다.
2020년 2월부터 준비해 4월에 ‘미니11’이라는 제품을 론칭했어요. 인스탁스의 가장 엔트리 모델이죠. 일본에서 원래 기획했던 것은 2020년 3월 론칭이었는데 코로나가 2020년 1월부터 시작되었잖아요. 어쩔 수 없이 론칭을 미루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우리 기획력이 더 단단해졌어요. 코로나 상황을 봐가면서 제대로 기획해 보자고 했죠. 저도 개인적으로는 1년 동안 육아휴직을 썼거든요. 제가 복직하는 타이밍에 인스탁스 브랜드 전략부서가 생겨서 합류하게 되었어요. 뭔가 성과를 보여주어야 할 것 같았죠. 구성원 모두가 영업부서 출신이라 영업하기 수월한 마케팅을 기획하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기획했던 미니11 론칭 전략은 인스타그램 내 피드 대량 생성을 통한 수요 확대, 인스타그램 광고로 구매 전환, 컨셉은 코로나에도 할 수 있는 ‘인스탁스 꾸미기’였어요.
Q: 영업을 아는 분들의 프로모션이라 조금 남달랐을 것 같아요.
영업을 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사람들이 아직 인스탁스를 잘 모른다는 것이었어요. 인지도 부족이었죠. 그래서 미니11로 인지도를 높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는 보급형이 아닌 고가 기종이 출시될 때 마케팅 비용을 많이 투입해 인지도를 확대해야 자연스럽게 하위 기종까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전략이었다면 이번에는 생각을 좀 바꿔봤습니다. 가격장벽이 낮은 보급형 모델로 인지도를 확산해서 고객들의 구매로 연결하는 것이죠. MZ세대에게 예쁘게 보일 수 있는 디자인 판촉도 추가하고 판매가 잘 이루어지도록 프로모션으로 광고를 돌렸죠.
Q: 일종의 선택과 집중을 한 셈이로군요.
회사 입장에서는 코로나19로 매출이 30~40%씩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달 대비 많은 예산 사용을 승인해 주면서 잘할 거라고 힘을 실어 주었어요. 예전에 화장품 회사를 다닐 때 엔트리 제품인 클렌징 신제품이 나오면 체험단을 평소보다 10배 많이 써서 인지도를 올린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평소보다 10배 많은 인원의 체험단을 운영했습니다.
Q: 체험단에게 특별히 강조하고 싶었던 마케팅 포인트가 있었나요?
이 제품은 이전 모델에 비해 성능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이전 제품은 실내에서 찍을 때 렌즈를 수동으로 맞춰야 했어요. 하지만 미니11은 자동 셔터 기능으로 어두운 곳에서는 알아서 플래시가 터지니 모드 선택 버튼이 없어요. 그래서 일본 담당자와 우리 담당자들 모두 이것을 ‘마케팅 소구 포인트’로 잡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인스탁스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 기능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소비자들이 무엇을 먼저 볼지를 철저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우리의 주 타깃은 MZ세대이고, 이들은 기능보다 예쁜 것에 반응하는 사람들이니 예쁜 것만 내세우자고 했습니다. 기능은 관심 있어서 들어왔을 때 얘기하자고 밀어붙였죠. 어디에서도 기능은 말하지 않고, 예쁜 것만 강조하는 사진을 촬영해 예뻐 보이는 이미지로만 홍보했어요.
Q: 경쟁사 모델들에 비해 인스탁스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차별점은 아날로그 감성입니다. MZ세대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아이패드와 스마트폰을 보고 자란 세대입니다. 그들에게는 사진을 찍은 후 인화한다는 것 자체가 낯설고 생소한 일이에요. 필름이라는 단어 자체가 MZ세대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니까요. 그래서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했어요. 그런데 코닥 미니샷이나 캐논 인스픽 등 경쟁사 제품들도 아날로그 감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우리 제품이 차별화되지 않는거예요. 이제야말로 새로운 차원의 차별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제품 자체의 품질을 좀 더 강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술적인 이야기를 해가면서 렌즈가 어떻고, 인화 품질이 어떻고 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사진 품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죠. 아날로그 감성과 품질은 물론 꾸미기 활동까지도 할 수 있는 경험들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Q: MZ세대가 인스탁스에 열광하는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우리는 차별화 포인트 중에서 라인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MZ세대들은 똑같은 것을 싫어하고 항상 새로운 것들을 원하잖아요. 또 나만의 것을 원하고요. 자신의 스타일대로 커스터마이징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우리 제품이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경쟁사는 똑같은 제품만 있으니까 우리의 다양한 라인업에서 원하는 걸 골라봐’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MZ세대들이 디지털 카메라로 쉽게 찍을 수 있는데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는 이유는 오히려 즐겁고 신기한 경험이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인스탁스는 과거의 것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사진이 처음 인화되어 나왔을 때의 신기한 경험들이 재미있지 않을까요? 거기에 ‘우리가 모르는 어떤 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전 인터뷰인 한국후지필름 커뮤니케이션팀에 이어 이번에는 한국후지필름 인스탁스 마케팅팀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같은 제품을 가지고 브랜딩하지만 영업팀 출신의 팀장님은 아무래도 프로모션에 더 관심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제품의 특장점을 풀어가는 방식은 한국후지필름과 거의 일맥상통했다. 이들은 모두 인스탁스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제품의 성능이 아닌 소비자들과의 아날로그적인 교감에서 찾고 있었다. 스마트폰 안에 디지털 파일로 머물러 있는 사진이 아닌, 직접 인화하고 자르고 붙이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단순한 사진은 작품이 되기도 하고 보물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것을 ‘브랜드 경험’이라고 부른다.
단 5분이라도 손님에게 기분 좋은 시간을 선물하는 것, 그것이 거창한 ‘브랜드 경험’이라고 감히 말해도 되는 걸까?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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