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지엘리트 마케팅팀> 조경현 차장 인터뷰
글ㆍ재구성 | 천그루숲, 소마코
by. 마케팅 컨설턴시 골드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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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오래된 것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면 전혀 다른 제품이 된다. 호미가 그렇고 호랑이 이불이 그렇다. 굳이 뉴트로 트렌드를 들먹이지 않아도 ‘본래 우리 것’에 대한 아이템은 곳곳에 숨어 있다. 오래되고 평범한 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리브랜딩’이다. 바깥의 화려한 브랜드에서 잠깐 눈길을 돌려보자. 지금 가지고 있는 우리 것의 가치를 되짚어보아야 한다.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돌아봐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Q: 엘리트의 고객은 아무래도 학생들이겠죠?
네. 그렇죠. 그 중에서도 신입생들이죠. 매해 봄이면 다음 해 입을 교복 기획이 시작되고, 그 교복을 어떻게 마케팅할지 전반적인 계획을 세웁니다. 표면적으로는 내년도 교복 CF 모델로 누구를 선정하고, 그 모델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그리고 어떤 채널을 메인으로 할지 등을 정하는 겁니다.
Q: 엘리트는 학생들이 주요 타깃인데, 마케팅은 주로 B2B로 이루어지지 않나요?
2015년 교복의 구매 주체가 학생에서 학교로 바뀌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가 교복 주관구매를 시행 중이죠. 재학 중인 학생들의 어머니로 이루어진 운영위원회에서 다음 해 신입생을 위한 교복을 선택합니다. 이전에는 학생들이 여러 브랜드의 교복을 비교해서 입어보고 나에게 잘 맞는 교복을 고르거나, 내가 좋아하는 모델이 광고하는 교복을 선택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개개인이 브랜드를 선택할 수 없게 되었어요.
Q: 주관구매로 바뀌고 나서 마케팅에 많은 변화가 있었겠네요.
서울과 경기권은 2층에 문을 여는 매장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굳이 1층이 아니어도 상관없으니까요. 이전에는 매장 쇼윈도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학생들의 유입을 유도했어요. 그래서 교복사가 특정 학교 앞에 있거나 버스 정류장 앞쪽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지금은 지하로 내려가거나 2층으로 올라가는 매장이 많아졌습니다. 당연히 예전에는 중요한 거점이었던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이 지금은 많이 떨어졌죠. 그래서 지금은 온라인 마케팅을 많이 진행하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엘리트의 1차 고객인 대리점들이 마케팅 활동의 효과를 잘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아직까지도 오프라인에서 이런저런 이벤트를 진행해야 마케팅을 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오프라인 마케팅으로 예전과 같은 투자 대비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어요. 예전에는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했는데 지금은 많이 축소된 게 사실입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트가 마케팅, 특히 브랜딩을 해야 하는 이유를 내부적으로 설득할 때 어떻게 접근했나요?
냉정하게 보면 제품의 상한가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모든 교복이 그 정도 선에서 상향 평준화되었습니다. 제품의 품질 수준도 어느 정도 상당히 비슷해졌고요. 그래서 어디에 변별력을 두느냐는 브랜드 이미지와 경험에 대한 만족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브랜딩마저 내려놓는다면 그저 평범한 브랜드가 될 것 같아요. 최근 친환경 소재 개발도 계속하고 있는데, 좋은 브랜드의 노력하는 모습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오랫동안 엘리트는 ‘교복’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였어요. 그때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이었을까요?
무엇보다 여고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였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시장을 리드하는 그룹이 여고생이었어요. 당연히 남자보다 여자, 여중생보다 여고생이었죠. 특히 여고생들은 중학교 때 이미 교복을 입어본 경험이 있고,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엘리트에서 ‘치마가 정말 예쁘게 나온 것 같다’ ‘재킷이 예쁘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났죠. 엘리트는 일단 교복 핏이 가장 예뻤어요. 그러한 자부심을 가지고 경쟁할 수 있었습니다. 여고생들에게는 타사 교복과 비교했을 때 디자인으로 인정받고 있었어요. 당시에는 특정 교복이 정해지면 4개 회사가 모두 만들었어요. 이때 똑같은 네이비색이지만, 회사마다 윤기나 느낌이 조금씩 달랐어요. 사용하는 원단이나 패턴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런데 여고생들은 그 미세한 차이를 알아챘죠. 가장 예민할 때니까요.
Q: 지금은 엘리트만의 특장점으로 무엇을 가장 강조하는지 궁금합니다.
‘핏이 예쁘다’는 메시지를 알리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그런 변별력이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또 하나는 전체적인 트렌드의 변화예요. 최근에는 브랜드 슬로건을 ‘더 편한 교복’으로 정했습니다. ‘내 몸에 딱, 엘리트’라는 슬로건을 오랫동안 썼는데, 여러가지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보니 좀 더 확실할 필요가 있더라고요. 대표 키워드로 ‘편안함’을 앞세운 것도 트렌드 때문입니다. 요즘은 편안한 느낌의 룩이나 핏을 선호하거든요.
Q: 교복 선택이 언제 자율화될지 모르는데, 혹시 이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나요?
최근에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을 관심 있게 보고 있어요. 주관구매를 통해 교복을 입었던 세대들이거든요. 이들이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이들의 미니 설문에서 자신이 입었던 교복을 버릴지 보관할지 물어보면 대부분 보관한다고 답하더군요. 아무래도 학창시절 추억이 있는 물건이라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런 제품을 엘리트가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고, 그만큼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학생들이 많이 가는 곳에 팝업 스토어를 열어 예쁜 교복을 좀 더 다양하게 입어보게 하고 싶습니다. 즉석에서 사진도 찍을 수 있게 만들고요. 물론 실행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매장의 중요도가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실제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자랑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형지엘리트 브랜딩 전략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해마다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어요. 그래서 좀 더 많은 친구들이 좋은 품질의 엘리트 교복을 입고 학창시절을 즐겁게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학창시절을 많이 추억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리고 정서적으로 학생들을 응원하는 브랜드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더더욱 교복 입고 학교 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새삼 느끼게 되죠. 이런 상황에서 엘리트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장과 소비자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브랜드가 처한 환경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일본 브랜드가 한국 브랜드가 되기도 하고, 완전경쟁 시장이 B2B 시장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이때 브랜드의 변신은 필수적이지만 변신의 방법은 달라야 한다. 엘리트 교복이 그랬다.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학생에서 학교로 바뀌었다.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완전히 달라졌다. 하지만 브랜딩의 원칙은 이때도 변하지 않았다. 제품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조하고, 브랜드의 명성과 아우라를 지키는 일에 매진한다. 브랜드의 원산지가 바뀌어도, 소비자가 달라져도 브랜딩의 원칙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이토록 브랜딩에 집착하며 매달리는 또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어떤 상황에서도 통하는 마법과도 같은 힘을 지니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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