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3: 네이밍
<CJ ENM 커머스부문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노미혜 팀장 인터뷰
글ㆍ재구성 | 천그루숲, 소마코
by. 마케팅 컨설턴시 골드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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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CJ오쇼핑은 CJ온스타일로 이름을 바꾸었다. 회사 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 결정은 단순히 브랜드 이름을 바꾸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홈쇼핑에 치우친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려는 오랜 고민의 결과였다.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이 변하고 소비자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장은 1등 홈쇼핑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었지만 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했다. 그 결과 CJ온스타일은 차별화된 앱 서비스를 통해 과거의 영광을 이어오고 있다.
Q: 2009년 CJ홈쇼핑에서 CJ오쇼핑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당시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더현대서울이 이름에서 ‘백화점’을 버린 것처럼, 저희는 십수 년 전인 2009년도에 ‘홈쇼핑’을 버렸어요. 막상 바꾸고 나니 오쇼핑이 뭐냐, 어떤 사람은 옷 쇼핑이냐 등 온갖 부정적인 반응들이 쏟아졌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한 브랜딩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홈쇼핑에 대한 편견이 많았거든요. 제품을 신뢰할 수 없고, 대량생산으로 싸게 파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으니까요. 다행히 우리는 바뀐 이름에 걸맞게 품질을 바탕으로 좋은 브랜드를 기획하고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소비자와의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신뢰 구축’이라는 가치로 내실을 다졌죠. 브랜드명에서 ‘홈쇼핑’을 떼어버린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Q: 브랜드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사실 홈쇼핑 채널이 광고를 많이 안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브랜딩이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고객들조차 자신이 CJ에서 샀는지, GS에서 샀는지, 롯데에서 샀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저희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브랜딩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GS가 종합몰 같은 느낌이라면 CJ는 트렌디한 맞춤형 브랜드를 선호합니다. 이를 발판 삼아 좀 더 젊고 트렌디한 고객들에게 맞추고 싶었어요. 생필품은 당연히 쿠팡에서 검색하고 구매할 겁니다. 하지만 옷은 주로 인스타그램에서 패션 트렌드를 검색하고 소비하기도 하죠.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상대적으로 품질과 AS에서 신뢰도가 떨어져요. 우리가 공략하고 자 하는 시장이 딱 이런 사람들이었어요. 2021년 5월, CJ온스타일로 이름을 바꾸면서 서비스도 함께 개편했습니다. 좀 더 생동감 있는 쇼핑 경험을 주고 싶었죠.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인플루언서들이 뭘 입고 있는지 눈여겨보고 그 브랜드를 삽니다. 우리는 CJ온스타일을 인스타그램 하듯이 봐줬으면 했어요. 우리 앱을 통해 요즘 트렌드가 뭔지, 신상이 뭔지를 아는 것이죠.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도움을 주는 쇼핑 앱이 되고 싶었 어요. 그래서 이름도 ‘라이프 스타일을 깨우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CJ온스타일 CJ ONSTYLE로 변경했습니다.
Q: 일종의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셈이네요.
결국 쇼핑이란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우리는 고객의 취향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서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공감하기로 했습니다. CJ온스타일 앱이 단순히 구매만 하는 플랫폼이 아닌 쇼핑 그 자체로 색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 그 이상의 친밀함과 감동을 줄 수 있도록 UI/UX적으로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가장 먼저 보이는 게 디자인이잖아요. 그래서 트렌디한 인스파이어링 퍼플과 바이브런트 라임 컬러를 쓰고, 로고 폰트는 POPPINS에 오블리크 셰이프를 썼어요. 그리고 브랜드의 페르소나는 친근한 느낌을 주기 위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ENFJ로 잡고 친구 같이 편안하면서 위트가 있는 보이스 톤앤매너를 잡았어요.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오늘 하루 어떠셨나요’ 이런 식으로 살짝 말을 걸어주는 느낌으로 말이죠.
Q: 고객들은 어떤 문제, 어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CJ온스타일을 찾는 걸까요?
특화된 시장을 지향하긴 하지만 결국 대중성 있는 물건을 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유저 테스트, 좌담회 등을 통해 우리 고객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계속 지켜봤어요. 보통은 ‘신발을 사야 돼’ ‘컴퓨터를 사야 돼’ 하면 바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부터 하죠. 쿠팡이나 네이버는 이런 검색 기반의 쇼핑이에요. 그런데 CJ온스타일은 고객들이 앱에 접속하면 첫 화면부터 위에서 아래까지 전부 다 훑어봅니다. CJ온스타일의 경쟁력인 큐레이션이 잘되어 있기 때문이죠. 엄선된 상품을 보면서 자신도 몰랐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거죠. 대부분 인공지능 기반으로 제품을 추천하지만 사람이 큐레이션하기도 합니다. 조금 더 온스타일스러운 상품을 소싱하기 위해서죠. 팔리든 안 팔리든 MD가 소싱한 제품을 메인에 노출하기도 하고요.
Q: 브랜드 매니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를 얻을까, 어떤 고민을 할까 궁금합니다.
브랜드 매니저나 브랜드 마케팅 직무에서 중요한 역량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과 ‘공감하는 것’ 이 2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타사 사례도 많이 눈여겨보는 편이에요. 더현대서울에 대해서는 계속 공부하고 있어요. 올드해 보이던 현대백화점이 VIP를 버리지 않고도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으니까요. 한 인플루언서는 더현대서울에서 무려 7시간이나 머물렀다고 해요. 쉬고, 커피 마시고, 놀다가 쇼핑하면서 말이에요. 지그재그도 관심 있게 보고 있어요. 10대들이 이용하는 쇼핑몰인데 윤여정 씨를 모델로 썼잖아요? 타이밍도 너무 잘 잡았고 메시지도 좋았어요. 당근마켓도 제작비를 많이 쓰지 않고 소비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실무자들은 그런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반대에 맞서 싸웠는지 알잖아요. 아이디어를 내기는 쉽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설득해야 하는 것은 실무자들의 당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또 옆에서 보지 못하는 것들을 실무를 고민하는 사람은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실을 데이터와 인사이트로 증명하고, 그것을 소비자 공감을 바탕으로 이끌어 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브랜딩 할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서 팀 내 또는 친한 일부 구성원들과 작은 아이디어 불씨로 그것이 실현될 수 있을지 토론을 통해 발전시키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브랜드는 차별화된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하고, 상품은 구매가치가 있어야 하며, 소비자에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은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3박자가 잘 맞으면 소비자는 결국 움직인다고 생각해요.
Q: CJ온스타일’다워지려면 남다르면서도 타인과 공감하는 역량을 지녀야 할 것 같아요.
오덴세라는 브랜드의 팀 사람들은 생각과 라이프 스타일이 ‘오덴세’스러운 가치를 지향하고 있어요. 실제 삶도 ‘오덴세’스럽고요. 우리 셀렙샵 팀도 대부분 옷 입는 스타일이 셀렙샵이 지향하는 ‘프랙티컬 시크’스럽게 옷을 입어요. 스니커즈에 와이드팬츠, 흰 티셔츠만 걸쳤는데도 아주 스타일리시하죠. 나를 바꿀 정도로 이 브랜드를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우리 같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고, 그래야 소비자도 브랜드의 가치를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좋은 네이밍, 슬로건, 카피, 그리고 상세페이지는 바로 이런 집요한 문제의식과 관찰에서 나온다. 멋진 이름, 튀는 이름을 짓기는 오히려 쉽다. 하지만 특정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표현하는 것은 어려움을 넘어 난해한 일이다. 카피라이터의 수명이 그토록 짧은 것도 이해할 만하다. 이것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감각의 문제다. 트렌드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의 영역이다. 인문학적 소양을 넘어선 세대를 꿰뚫는 관찰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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