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싸이월드가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싸이월드는 가장 부흥했던 2005년~2010년, 이 시기에 미니홈피를 즐기고 경험한 사람들을 '싸이 세대'라고 부를 만큼 전국민적인 열풍을 일으켰는데요. 안타깝게도 폐쇄 소식을 알리게 됐을 땐, 그 안에 담긴 사진첩과 방명록, 게시판과 일촌이 사라지는 게 아쉬웠던 이들이 추억을 백업하고자 급하게 싸이월드 포토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토록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싸이월드가 귀환하면서 많은 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입장했어요.
특히 싸이월드를 하며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함께 보낸, 현재의 30대 호응이 가장 큽니다. 이들은 이전부터 싸이월드 BGM 목록에서 인기가 많았던 곡들을 모아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기도 하고, 또 그 당시에 자주 볼 수 있던 글귀와 이미지를 '싸이 감성'이라고 부르며 특유의 분위기를 추억하곤 했죠. 추억과 흑역사 중간 어드매에 있는 소셜 네트워크가 이제는 2030 MZ세대를 겨냥하여 '싸이월드제트'의 이름으로 다시 탄생했습니다. 모바일 형에 맞춰 더 유동적이고 가벼운 앱으로 출시됐거든요. 실제로 싸이월드가 돌아오고 국내 양대 앱마켓인 구글플레이와 애플앱스토어에서 앱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답니다.
오랜 싸이월드의 복귀를 기다려온 사람들은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미니홈피가 나를 대신해 간직해준 시간들을 감상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촌스러운 화장과 옷, 간지러운 글귀와 이제는 연락하지 않는 친구들. 지금과 사뭇 다른 시절을 따라 시간 여행을 하게 된 거죠. 그리고 사람들이 이 반가움을 어떻게 표현했냐고요? 바로 인스타그램에 가져와 자신의 흑역사가 봉인해제 됐다며 명랑한 인증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싸이월드 #싸이월드감성 #싸이월드시절 #싸이월드복구 #싸이월드추억소환 #싸이월드허세 #싸이월드추억팔이 등 그 해시태그는 무척 다양했고, 사람들은 자신이 싸이월드와 얼마나 밀접했는지를 드러냈습니다.
이러한 싸이월드 인증 현상을 두고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먼저 옛 싸이월드 자료들을 싸이월드제트 안에서 소비하는 게 아니라 인증과 전시에 익숙한 인스타그램에 다시 갖고 온다는 점에서, 싸이월드의 정착률을 다시금 재고해 보게 됩니다. 또 사람들이 자신을 '싸이 세대', '페이스북 세대', '인스타 세대', '틱톡 세대' 등으로 표현하는 풍경에서는 이제 SNS로 자신의 세대를 증명하게 된 점이 흥미롭게 보입니다. 결국 SNS가 세대의 전환을 생각할 만큼 오랜 역사를 갖게 되었고, 그만큼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친숙한 도구가 되었다는 것을 새삼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또 마지막으로 밀레니얼 세대들이 어린 시절 공개하기 쑥스러운 이야기나 흑역사를 가볍게 농담화 시키며 하나의 놀이 대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도 괄목할 만합니다. 더 이상 부끄러운 것을 부끄러운 것으로만 여기지 않고, 가볍게 웃으며 넘겨버리는 마음가짐이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 문화적으로 보편화 된 태도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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