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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배달의 민족이 무료 서체를 출시하면서 한동안 관심을 많이 받았었죠. 그 이후로 여러 기업들이 전용 서체를 출시하고 있는데요. 특히 유통기업을 중심으로 서체 마케팅이 활발하지만, 꼭 유통기업에만 한정된 현상도 아니에요. 정말 다양한 부문의 기업들이 서체를 통해서 브랜드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어요. 정말 최근까지도 서체를 활용한 마케팅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 요즘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서체 마케팅을 활용해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올해 들어서 롯데리아는 '촵땡겨체' '딱붙어체'를 출시했어요. 따끈따끈한 이 신상 서체들은 단지 하나의 재밌는 혹은 세련된 서체로써 만들어진 것만은 아니에요. 롯데리아의 폰트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두 가지 서체들은 롯데리아의 정신 즉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어요.
'촵땡겨체'와 '딱붙어체'는 2023 우주교신용 서체라는 컨셉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냐고요? 롯데리아폰트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컨셉은 사실 롯데리아의 '도전정신'이라는 브랜드 방향성을 풀어내기 위해서 만들어진 컨셉이에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롯데리아는 귀여운 일러스트를 활용해서 브랜드 사업이력을 만들었는데요.
1979년 롯데리아의 정식 개점부터, 1977년 최초의 드라이브스루 형태 매장 개점, 1998년 베트남 지점 진출, 불고기버거나 라이스버거 같은 전 국민이 좋아하는 버거를 먼저 출시해 왔다는 이력들을 연대기 형태로 정리해 두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주교신용 서체 출시란, 이렇게 도전해 온 롯데리아가 2039년에는 우주점을 최초로 내보겠다는 흥미로운 마케팅적인 선언인 것이죠. 1979년부터의 업력을 자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정신'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통해서 더 젊고 개척적인 브랜드라는 느낌이 들어요. 즉 서체는 이렇게 브랜드의 정체성이나 방향성을 압축해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그러면 이와 비슷한 유통기업들의 사례들을 볼까요. 롯데제과는 작년 출시 20주년을 맞아서 아이스크림인 '설레임'의 느낌을 따서 '시원한설레임체'를 출시했어요. 2003년 출시된 설레임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 같은데요. 시원한설레임체를 보면, 고운 입자의 얼음 같은 슬러쉬인 설레임의 맛을 서체로 표현해서 글자 자체에 아이스크림의 질감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서체만 보아도 아이스크림이 바로 떠오른다니, 엄청난 이미지적인 구현이 아닐까 싶은 사례입니다.
미원 역시 작년에 66주년을 맞아서 '미원체'라는 서체를 출시했습니다. 미원은 폰트 소개 페이지에서 시각적이고 재밌는 이미지들을 많이 보여주었는데요. 페이지를 스크롤하면 마치 조미료를 넣은 뒤 음식 맛이 확 달라지는 것처럼, 다른 색감이 덧씌워지는 연출을 만들었어요. '미원'이라는 제품을 상징적이면서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는 연출인 것 같은데요.
미원은 이번 서체 출시를 통해 조미료 미원이 '66주년'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앞서 보았던 롯데리아가 영한 느낌으로 브랜드를 재이미지화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요새는 조미료를 잘 안 쓰는 추세이기도 하고, 특히 젊은 사람은 치킨스톡 같은 외국산 조미료를 더 자주 사용하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죠. 이런 점에서 미원은 보다 적극적으로 대표적인 한국의 조미료인 미원을 한국의 '감칠맛'으로 브랜딩 하려고 시도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서체의 스타일부터가 굉장히 한국적인 느낌을 표방하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은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출시된 여러 서체들을 살펴보면서, 기업들의 '서체 마케팅'을 살펴보았는데요. 이렇게 서체를 활용한 마케팅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먼저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주고 싶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나 방향성이 굉장히 '직관적'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이에요. 오늘 소개해드린 롯데리아, 설레임, 미원의 서체는, 각각 서체를 보기만 해도 어떤 느낌을 추구했는지 캐치할 수 있을 정도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이 직관적으로 인식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죠.
두 번째로는 손쉬운 리브랜딩인데요. 브랜드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체성들은 사실 제품이나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 로고나 매장의 분위기 또는 제품의 구체적인 패키징이나 색감 등등을 토대로 쌓아 올려진 것인데요. 이걸 한순간에 바꾸기는 정말 어렵고 크나큰 도전이죠. 그 대신에 '서체'라는 도구는, 앞으로 브랜드가 추구하고 싶은 방향성을 좀 더 간편하면서 디지털 시대에 접근성이 높은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장점이 요새 유통 및 식음료업계에서 서체 마케팅이 자주 보이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의 소마코 콕!
✔️ 유통 및 식음료업계에서 핫한 '서체 마케팅', 최근에 어떤 기업들이 서체 마케팅을 활용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 어떻게 브랜드 이미지나 방향성을 모티브로 서체를 만들었는지 설명했어요.
✔️ 바꾸기 어려운 브랜드 로고, 제품 및 브랜드 이미지 대신에 서체는 보다 간편하게 리브랜딩을 시도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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