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애들 요즘유행] 00년대 힙, 도넛과 Y2K

 

 

 

 

01. 2021 F&B를 넘어 트렌드 탑 찍은 노티드 

 

아무리 유행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도넛 3대장 중에서 하나쯤은 이름 들어보셨을 거예요. 도넛 3대장은 가장 유명한 도넛가게인 노티드, 랜디스도넛, 올드페리도넛에 붙여진 별명입니다. 크림이 꽉 찬 노티드의 도넛, 쨍한 컬러감의 랜디스 도넛, 힙한 비주얼의 올드페리도넛까지 2021년은 F&B 트렌드 측면에서는 무엇보다 ‘도넛’의 해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도넛 성지순례부터 오픈런까지 도넛을 둘러싸고 다양한 문화들도 등장했는데요. 직접 방문해 먹어보진 않았더라도, 라이프스타일, 의류, 식품 브랜드까지 다양한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는 노티드의 대표 캐릭터 정도는 한번쯤 보셨을 법합니다.

 

왼쪽은 이니스프리에서 출시된 '노티드 노세범 파우더 쿠션', 중앙은 패션브랜드 SPAO에서 출시한 노티드 잠옷, 오른쪽은 신한카드에서 나온 노티브의 캐릭터 '슈가베어'를 활용한 신용카드다.  

 

특히 노티드의 슈가베어 캐릭터로 콜라보를 진행한 화장품부터 잠옷, 신용카드, 디지털기기 액세서리에, 몽쉘과 젤리까지 분야와 업계를 막론하고 정말 다양한 콜라보와 굿즈가  이어졌습니다. 

 

 

ⓒ 삼성

 

왼쪽과 중앙은 몽쉘과 협업한 노티브의 이미지이다. 오른쪽은 작년 출시된 gs25의 노티드 젤리(오른쪽 사진 출처: https://m.blog.naver.com/ahdfudsl/222510901652)

 

 

뿐만 아니라 홍대, 제주도, 성수 등 골목마다 작은 디저트 도넛가게들도 많이 생겼어요. 아무래도, 2021년 정점을 맞았던 도넛의 인기는 올해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사실 2019년까지는 글로벌 브랜드 던킨도너츠가 사명을 ‘던킨’으로 바꿀 정도로 도넛의 인기는 하락세였습니다. 그렇다면 갑자기 한국에서 도넛을 이렇게 핫하게 만든 건, 단순히 도넛3대장의 도넛이 맛있기 때문이었을까요? 왜 사람들은 도넛 브랜드를 이렇게 열심히 사랑하게 되었을까요? 여기에는 초기부터 팬층을 형성해온 노티드의 마케팅 전략이 중요하게 작용하겠지만, 오늘은 노티드를 필두로 한 도넛 유행의 기저에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02. 00년대 힙, 도넛과 Y2K 패션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다양한 브랜드와 재치 있는 콜라보를 진행하면서 인기에 빠르게 탑승한 마케팅 전략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또, 콜라보하기 딱 좋게 만들어낸 '캐릭터'가 가진 가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도넛 가게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마케팅이 중요했습니다. 즉 공간성은 도넛 가게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인데요. 공간이 중요하지 않았다면 도넛 가게는 그저 맛있는 디저트 유행일뿐 이렇게 전방위적인 지점과 굿즈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거예요. Y2K는 도넛을 힙하게 만든 가장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미국 하이틴 영화의 대표격인 2004년작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한 장면

 

Y2K는 'Year to 2000'의 줄임말로 세기가 바뀌던 시점인 2000년 즈음의 스타일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즉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에 걸친 패션을 의미해요. 1990년대의 스타일들이 뉴트로를 타고 지극히 일상적인 패션이자 스타일이 된 이후, 힙스터들은 해외와 국내 할 것 없이 00년대 감성과 브랜드를 꾸준히 발견해오고 있습니다.

 

Y2K 시기에 유행한 패션에서 무엇보다 차별적인 것은 색감인데요. 톤 다운된 90년대 패션과는 정반대처럼 보이죠. 이미 국내에서도 태연, 선미, 전소미, 제니, 현아 등등 수많은 셀러브리티가 Y2K 스타일을 선호하고 있는 맥락에서 Y2K를 활용한 커버, 인테리어, 스타일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요. 

 

 

여기서 한국은 Y2K를 미국 하이틴 감성과도 일치시키면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데요. 00년대에 유행하던 하이틴 영화들에서 보던 인테리어나 색감들을 가지고 방을 꾸미거나 스타일링하는 사례들을 인스타, 화보, 유튜브 할 것 없이 자주 볼 수 있어요.  유튜브에 미국 하이틴 방 꾸미기로 검색하면 다양한 영상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럼 실제 도넛 가게가 어떻게 Y2K와 만나는지 살펴볼까요.말똥도넛은 비교적 최근인 작년 말 파주에 생긴 도넛 가게예요. 인테리어 전체가 앞서 보았던 미국 하이틴 감성을 정확히 컨셉으로 담아낸 도넛 가게입니다. 조명과 색감  등 사용하는 컬러톤이 전부 지금 유행하고 있는 미국 하이틴 감성과 일치하죠. 

 

 

말똥도넛의 내부 모습(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SdzNUhmv3Cw)

 

 

컨셉에 충실한 만큼 많은 사람들이 말똥도넛을 방문하고 인증샷을 남기고 있어요. 인기를 반증하듯이 마마무의 문별은 여기서 최근 노래 'C.I.T.T'의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기도 했어요.

 

 

노티드 도넛이 등장한 2020년은 Y2K 패션이 다시 등장하기도 한 시점인데요. 한국은 Y2K를 미국 하이틴 감성과도 유사하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심슨가족> 같은 미국 애니메이션이나 미드에도 자주 등장하는 미국 음식이자 문화인 '도넛'은 이를 적절하게 견인하는 아이템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도넛의 문화적 근본은 Y2K 스타일이 새로운 뉴트로가 되고 있는 현상 속에서 등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