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Balenciaga)를 모르는 분은 없을 겁니다. 그럼 포트나이트(Fortnite)는 어떤가요? 포트나이트는 2017년 처음 출시된 온라인 비디오 게임으로, 배틀로얄식 슈팅 게임이에요. 비슷한 방식의 게임으로는 먼저 출시된 배틀그라운드가 있죠. (실제로 배틀그라운드는 포트나이트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철회를 하기도 했죠.)
발렌시아가는 2021년 포트나이트와 콜라보를 진행했습니다. 포트나이트의 캐릭터들이 입은 발렌시아가의 의상은 게임 안에서 완판을 이뤄냈을뿐더러, 동일한 디자인으로 출시된 현실 세계의 옷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발렌시아가의 힙한 트레이닝 세트와 선글라스를 걸친 포트나이트의 캐릭터 ‘도고’ 외에도 세 캐릭터들이 발렌시아가 핏 의상을 입었어요.
발렌시아가는 이 캐릭터를 가지고 3D 광고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빌보드라는 일상적인 광고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3D 광고의 신선함은 이전 글을 통해서도 소개해드린 적 있죠. 3D 옥외광고로 유명한 영국 피카델리 극장에 게시된 발렌시아가의 3D 옥외광고는 발렌시아가 룩으로 입은 캐릭터 도고가 등장해 단번에 눈을 사로잡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sB8HFqW7tU
게임에 대한 발렌시아가의 사랑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2021 가을 컬렉션에서는 비디오게임을 통해 런웨이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물론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 방식의 런웨이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이기도 했겠지만, 게임을 활용해 가상세계를 향한 패션의 새로운 비전을 드러내 주는 사례인 것이죠.
이렇게 독특한 콜라보를 진행한 것은 발렌시아가만은 아닙니다. 명품 브랜드와 게임의 콜라보는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요. 앞서 소개해드린 포트나이트는 2021년 발렌시아가에 이어서 몽클레어와 다시 콜라보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2020년에는 더 많은 마케팅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버버리는 ‘B surf’라는 온라인 게임을 출시하기도 했는데요. 게임 속에서 버버리의 버킷햇부터 의상을 입은 캐릭터들이 버버리 로고가 붙은 보드를 타고 게임을 하는 거였죠. 이 사례는 사실 게임과 패션 브랜드의 협업이라기보다는 옷을 마케팅하는 브랜드 전략의 변화에 가까운 사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앞선 발렌시아가처럼 버버리 역시 B SURF를 통해 홍보한 옷과 동일한 디자인을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했습니다. 이제 패션업계는 확실히 메타버스 안에서의 메타패션의 세계로 진입한 것처럼 보입니다. 브랜드 홍보 역시 게임 안의 세계관이나 가상의 캐릭터를 더 많이 활용하면서 이루지고 있고요.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세계적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롤’과 콜라보를 진행했는데요. 게임 캐릭터의 의상부터, e스포츠대회 중 가장 인기 있는 ‘롤드컵’의 우승컵도 디자인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사례에서 브랜드들은 완판을 심심히 않게 이뤄냈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길래 이렇게 게이머들의 가상 지갑을 열게 만들고, 나아가 실제 현실에서 게임 캐릭터들과 똑같은 의상을 구매하려는 흐름이 생겨났을까요? 아마도 이런 새로운 전략들은 가상세계에서의 활동에 친숙하고, 가상성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MZ 세대를 제대로 파악하고 겨냥한 마케팅으로 보입니다. 확실히 게임 안에서 출시된 명품 브랜드의 의상은, 현실의 옷보다는 MZ세대에게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브랜드와 친숙해지는 좋은 루트가 된다는 효과가 있죠.
NFT에 대한 관심이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런 관심 속에서 메타패션의 세계는 지난 몇년 동안 확장되어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이 현상을 현실의 옷을 판매하기 위한 홍보 수단으로 메타버스로 활용하는 사례로만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점차적으로 메타버스가 손쉽게 상용화되고 있는 지금,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메타패션의 세계 역시 넓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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