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방송 제작사들은 ‘연애 관찰 예능’을 우후죽순 쏟아냈습니다. 불명예스럽게 종영을 한 ‘짝’ 이후로 일반인을 상대로 한 데이트예능은 좀처럼 방송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가 ‘하트시그널’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방송사를 가리지 않고 시즌을 이어가며 수 많은 연애관찰예능이 제작되어 시청자들에게 선보여졌습니다. 그렇게 다수의 프로그램들이 시즌제로 계속 나온다는 것은 단연 mz세대들의 화제성과 인기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n포세대라 불리기도 했던 mz세대들이 타인의 연애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를 이번 기사를 통해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어떤 연애관찰예능이 인기를 얻었는가]
2021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연애관찰예능이라고 하면 단연 ‘환승연애’였습니다. 짧게는 몇 개월부터 10여년 전 만났던 전 애인 관계의 남녀 몇 쌍이 나와 기존의 관계를 회복하거나, 혹은 그 안에서 아에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는 포맷입니다. 생면부지의 남녀가 나와 새로운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기존의 공식을 깬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오랜기간 추억을 쌓은 전 애인이 함께 있는 곳에서 어떤 관계를 형성해가거나, 기존의 관계를 정리해나가는 모습은 신선한 상황들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 더욱 깊은 공감을 할 수 있는 감정선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헤어지지 얼마되지 않은 커플이 나와 이 방송을 통해 제대로 이별을 받아들여가는 과정, 혹은 아예 새 인연을 만나는 과정, 전 애인과 다시 좋은 인연을 만나는 과정 등이 다양하게 보여졌습니다.
새로운 포맷으로 화제를 이끈 예능도 있습니다. 바로 ‘돌싱글즈’입니다. 이는, 기존의 미혼 남녀들이 나온다는 공식을 깨고 이미 결혼한 경험이 있지만 특정 사유로 이혼 경력이 있는 이들이 새로운 인연을 찾는다는 포맷입니다. 기존 이혼의 사유가 되었던 점이 현재의 새로운 만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자녀의 존재로 어떤 결정을 할 수 있는지 등 기존의 데이팅프로그램에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의 고민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미 결혼 경험까지 있는 이들은 때론 적극적으로 서로에게 어필하지만, 또 어떤 부분에선 과거의 경험이 발목을 잡아 소극적이어지기도 하는 모습은 또다른 ‘돌싱’들에게도 그냥 시청자들에게도 다양한 감정을 공유했습니다. 외로도 ‘나는 솔로’ ‘솔로 지옥’ ‘러브캐쳐 in 서울’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나왔고 모두 mz세대에서 큰 인기와 화제를 모았습니다.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며 큰 인기를 얻고 있고 그에 걸맞게 인기프로그램은 꾸준히 시즌제로 제작되며 출연진들도 계속해 인플루언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관전 포인트]
최근 연애관찰프로그램을 관통하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있습니다. 그런 점들을 통해 왜, 어떻게 mz 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는지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첫째, ott 서비스에서 단독 방영되는 자체 오리지널컨텐츠로도 제작된다는 점입니다. 이런 오리지널컨텐츠는 해당 서비스를 유료로 구독하지 않으면 시청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잘 만든 프로그램들은 Ott서비스의 구독 견인차 역할을 톡톡이 하고 있습니다. 환승연애는 tving 오리지널, 솔로지옥은 netflix오리지널 컨텐츠로, 특히 솔로지옥의 경우 넷플릭스를 기반으로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tving은 지난 환승연애가 방영되던 8월 기준으로 월 이용자수가 387만명에 달했다는 것으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실제 공중파 방송이었다면 다소 설정하기 어려웠을 컨셉이나 연출은 OTT에서 그 제약이 덜해지며 표현의 자유를 가집니다. 기존 구독층을 차지하던 mz세대들의 시청과 신규 진입자들의 시청을 통해 화제성을 더해갑니다. 또한, 자체제작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ott서비스는 저마다 본인들의 사이트에서 스트리밍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애관찰예능 프로그램을 유치하며 구독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둘째, 판타지적 욕구를 충족하는가, 혹은 다큐적인 부분을 건드리는가 등의 설정 차이로 입맛에 맞춘 시청 선택폭이 넓어진 것입니다. 정말 연예인보다 더 연예인같은 얼굴과 남들의 선망이 되는 직업을 가진 일반인들이 출연자로 나오는 예능은 마치 예능이긴 하지만 판타지 같다는 느낌도 들게 합니다. 이런 류의 프로그램에는 특히 최근 ‘솔로지옥’이 눈에 띕니다. 연출에서도 더욱 그들의 몸매와 같은 외적인 부분들을 부각하는데 한국판 ‘투 핫’ 이라는 이름값 답게 남성들이 상의를 벗고 운동을 하거나 여성들이 메이크업을 하며 본인의 외형을 꾸미는 모습을 자주 삽입합니다. 즉, 시청자들로 하여금도 동시에 이들의 외형에 매력을 느껴 더욱 프로그램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나는 솔로’는 애초에 극 사실주의 데이팅 프로그램을 표방합니다. 출연진의 방송상 세컨네임을 ‘영자’ ‘철수’ 등 지극히 한국적인 이름으로 설정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훨씬 친숙함을 느끼게 연출합니다. 리얼리즘을 극도로 살린다는 취지에서 특정 출연자가 공경에 처하는 장면에서도 전혀 보호하고 있지 않으며 다른 연애프로그램에 비해 훨씬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아내려는데 집중한 것이 보여집니다. ‘러브캐쳐’와 같은 프로그램엔, 돈을 목적으로 한 사람들과 커플이 될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함께 살며 일종의 추리게임의 형태를 연애와 접목시키기도 하며, ‘썸바디’의 경우 직업군을 댄서에 아예 한정시켜 이들이 커플로 안무를 창작하고 무대를 만들어가며 데이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런식으로 아예 제한적인 상황을 통해 특수성을 주어 소설같은 상황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각 프로그램마다 다른, 다양한 설정은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셋째, 점점 더 다양한 커플 유형을 담아내려는 제작 방향성입니다. 연애관찰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본인 프로그램만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그 커플의 유형을 더욱 다양하게 설정합니다. 위에서 언급되었듯, 이혼남녀, 전 연인등 기존의 초면의 미혼남녀라는 틀을 깨고 있습니다.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이 곧 신선함과 재미로 귀결되고, 시청률이나 점유율의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첫 ‘설정’이 중요해지는 대목입니다.
[과몰입의 이유, 왜 시청자는 열광하는가]
연애 관찰예능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크게 일반인, 리얼리티, 관찰조력자라는 키워드로 정리해봅니다. 이 프로그램들에는 고정된 이미지메이킹이 필요없는 비연예인이 출연합니다.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장기간(2주~1달)의 특수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촬영에, 본인들의 있는 성격과 모습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아무래도 개인의 성장환경, 직업 등 모두 다른 삶을 살아와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이들이 출연합니다. 개인마다 다른 사랑방식과 가치관을 보고, 평소 본인과 비슷한 타입의 출연자에 본인을 이입하기도 하고 혹은 선망하는 스타일의 출연자를 보고 동경합니다. 출연 전까지는 시청자인 본인과 별 다를 바 없던 모습으로 살아갔던 이들은 기존 연예인들의 모습을 담아 내는 관찰예능보다 더 친숙하게 느껴지고 감정이입하기 쉽습니다.
리얼리즘은 과몰입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각본에 의해 쓰여지는 로맨스 드라마나 영화는 정형화된 상황과 갈등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형적인 틀이 존재하기에 설렘을 느낌과 동시에 조금의 식상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연애관찰프로그램의 경우, 우리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황과 감정선이 그때 그때 등장하는 실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방송의 특성상 완전히 자연스러운 만남과 데이트도 아니고, 일정하게 만들어지는 큰 틀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누구를 선택하고 어떤 상황을 만들어가는지는 철저히 본인들 자의입니다. 그리고 설정된 상황 외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감정들은 시청자로 하여금 더 크게 감정적으로 동요하게 만듭니다.
‘관찰조력자’ 역시 정말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관찰예능 프로그램은 주로 액자식 구성으로 이루어져, 액자 속 상황을 바깥에서 우리처럼 vcr로 관찰하며 출연진들의 심리를 함께 예측하는 패널들을 배치합니다. 이 패널들은 일부 시청자가 집어내지 못한 출연진들의 심리를 파악하는 역할을 자처하기도 하고, 혹은 전혀 다른 엉뚱한 예측을 하며 예능적인 포인트를 만듭니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상황을 패널의 텍스트와 언어로 전달함으로써 더욱 명확하게 프로그램을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를 패널로 두어 좀 더 진지하고 전문적으로 분석을 하기도 합니다. 계속 출연진들의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시점에 패널로의 화면전환을 함으로써 러닝타임이 루즈하지 않고 더욱 집중할 수 있습니다.
전국민에게 본인의 연애 과정이 노출되는 방송에 출연하는 출연자들의 심리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메리트는 다른 세대와 달리 본인을 어필하는 것이 하나의 경쟁력이 되는 mz세대들에게 있어서 본인을 홍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대부분은 거의 본인 개인 유튜브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며 방송출연을 계기로 본인의 채널이 급격하게 성장하거나 sns에서 인플루언서가 됩니다.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끈 솔로지옥의 출연진 김수민씨는 한 인터뷰에서 400명이던 팔로워가 20만명으로 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혹은, 좋은 기회로 아예 연예계에 데뷔를 하기도 합니다. 촬영당시에는 비연예인으로 임했지만 방송의 인기에 힘입어 다른 프로그램에도 섭외 요청이 들어오거나, 영화 드라마등에 캐스팅 됩니다. 이런 관찰예능은 본인의 과거나 주변 인물의 노출 위험도 크고, 뜻하지 않게 많은 비난과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출연하는 것은 본인pr의 욕구와 의지를 반영함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프로그램이 많아지게 만든데 선구자 역할을 한 ‘하트시그널’의 경우 초기 섭외가 쉽지 않았다는 후문에 비해 시즌이 이어질수록 섭외의 폭이 넓어진 점, 이렇게 다양한 포맷의 연예관찰프로그램에 출연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시청함으로써, 시청자들 즉 사회는 ‘연애’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합니다. 어떤 연애가 바람직한지, 혹은 바람직하지 않은지를 이전에 비해 더욱 활발하게 이야기합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연애’에 관한 토론을 인터넷 공간, 혹은 친구나 애인과 할 좋은 수단과 계기가 됩니다. 하지만. 사회에서 정해놓은 어떤 바람직한 연애상을 조금이라도 빗겨가는 모습을 보였다면 그 출연진을 향한 과한 비난이 이어집니다. 때론 프로그램 내에서 정말 잘못된 모습을 보였다거나 과거의 잘못된 행실을 행했던 출연자보다 더 오래, 크게 비난을 얻기도 합니다. 사소한 행동 하나가 검열과 조롱의 대상이 됩니다. 유튜브에 해당 행동들은 클립으로 박제되어 몇 년이 지나도 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을 경계하며 건강한 시청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글을 마치며]
좋은 인연을 찾기 위해, 본인을 pr하기 위해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들도, 방송가 트렌드에 발 맞춰 연애관찰예능을 제작하는 이들도, 그리고 집에서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이도 모두 mz세대가 다양한 유형과 영역의 ‘사랑’을 대하는 건강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향성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기사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4909223 매일경제 전 세계 홀린 ‘솔로지옥;… ott 타고 ‘K- 연애 예능’ 통하네 ‘진향희 기자’ (2022.01.04)
https://news.nate.com/view/20220120n27470 마이데일리 ‘김수민 솔로지옥 후 팔로워 400명 -> 20만명 , 놀랐다… 롤모델 손예진”’ ‘이승록 기자’(202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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