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Goods)란 본래 ‘상품’, ‘제품’을 뜻하지만 지금은 특정 브랜드, 연예인, 아이돌 팬덤,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정체성을 담아 출시한 모든 기획 상품을 일컫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아무 때나, 아무데서나 살 수 없고 한정 판매 또는 한정 증정이 대부분인 굿즈는 ‘나심비’를 중요시하는 MZ세대의 심리를 잘 공략한 마케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두꺼비 캐릭터를 이용한 굿즈를 생산하고 팝업스토어까지 운영했던 진로, 굿즈계 절대강자 스타벅스, 예쁜 디자인의 굿즈로 주 타깃이 아닌 연령층에까지 브랜드를 확실히 각인시킨 곰표까지! 2020년은 가히 굿즈 춘추 전국시대라 할 만한 해였다.
“데자와 파운데이션 안 팝니다~ 포카리스웨트 손목시계 없어요~”
그런데 요즘,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굿즈들이 나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데자와 파운데이션과 포카리스웨트 손목시계.. 데미소다 책가방? 들었을 땐 의아했는데 직접 보니 가..갖고싶다...!
사실 이 굿즈들은 실제 출시된 굿즈가 아닌 동아오츠카에서 선보이고 있는 페이크 굿즈들이다. 쉽게 말해 출시되지 않은 가상의 굿즈들을 선보이는 셈. 동아 오츠카는 동아굿즈(@donga_goods)라는 부계정까지 만들어 페이크 굿즈를 업로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약 5,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동아 오츠카 공식 계정(@donga_otsuka)보다 약 3배 많은 15,000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며 본캐보다 유명한 부캐가 되었다.
사실 페이크 마케팅은 꽤 오래 전부터 많은 브랜드에서 시행하던 마케팅 중 하나이다. 한 입에 먹기 힘든 혜자 버거를 선보이는 맘스터치에서는 향수를, 소시지 브랜드 맥스봉에서는 가습기를, 맥주 브랜드 칭따오에서는 텐트를 선보인 바 있다. 모두 실물 굿즈 없이 이미지로만 제작된 페이크 굿즈였다.
그렇다면 왜? 무엇 때문에 우리는 페이크 마케팅에 끌리는걸까? 간략하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펀슈머
재미 없으면 안 사요~ 소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된 '재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넘어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가 소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된 MZ세대. 가잼비는 어떤 상품 서비스를 구매했을 때 지불하는 가격에 대비해 느낄 수 있는 재미의 정도를 의미하는 말이다. 실제로 동아굿즈 게시물에는 "제발 내주세요 제발요.. 꼭 살게요", "찐인줄 알고 결제하러 들어왔습니다. 무적권 만들어주세요" 등 출시만 하면 무조건 구매하겠다는 댓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2. 멀티 페르소나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는 동시에 브랜드 노후화를 방지할 수 있다.
공식 계정이 아닌 부계정까지 만들며 페이크 굿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동아오츠카 주식회사는 1979년에 창립되어 40년 업력을 기록중인 청량 음료 제조 브랜드이다. '포카리스웨트', '오로나민C'는 알아도 MZ세대에게 사명까지 주입시키기는 쉬운 일이 아닌데 페이스 굿즈 마케팅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실제로 페이크 굿즈로 선보였던 포카리하우스는 실제로 제작되어 동아굿즈의 1호가 되었다고...
3. 스토리텔링
흥미를 끌 수 있는 스토리&비주얼, 새로운 콘텐츠로 확장 가능
맘스터치에서 페이크 굿즈로 선보였던 MOM's TOUCh UNBELIEVABLE PERFUME, 맘스터치 언빌리버블 시그니처 향 향수이다. 성년의 날을 맞이하여 컨셉샷으로 제작해 업로드 한 것이 대박이 났다. 만우절도 아닌 성년의 날에 햄버거향 향수를 선보이다니...! 이건 정말 상상도 못한 전개 ㄴㅇㄱ
맘스터치 향수, 데자와 파운데이션 등 상상하지 못한 브랜드와 제품의 콜라보, 페이크 굿즈 마케팅은 아마도 꽤 오랫동안 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공감을 사지 못할 합작이거나, 전혀 관심이 가지 않는 비주얼이라면 안 하느니만 못한 마케팅이 될 것. 페이크 굿즈가 될 것인가, 그냥 페이크가 될 것인가, 아슬아슬한 그 사이를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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