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3일, 래퍼 지코가 새 곡을 발표했다. 노래 제목은 ‘아무노래’. 그런데 노래를 홍보하는 방식이 조금은 남달랐다. 지코는 곡 발매 하루 전인 12일 가수 화사와 함께 ‘아무노래’에 맞춰 춤추는 영상을 올린다. 그리고 “#anysongchallenge” 태그와 함께 “따라 해보아요”라는 글을 올렸다. 다음 날은 가수 청하, 그 다음엔 장성규, 송민호 등과 함께 춤추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하지만 이 춤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효리, 박신혜 등의 국내 스타 뿐 아니라 축구 선수, 라인의 캐릭터, 아기와 강아지, 세계 각지의 팬들까지 ‘아무노래’ 안무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유튜브에선 인싸(인사이더)가 될 수 있는 이 안무를 배우기 위한 영상 조회 수가 1억 회를 돌파했다. 음반 발매 이후 1주일간 ‘아무노래’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상만 약 5만 건에 이르렀다. 이 곡은 발표 후 멜론 지니 등 국내 주요 음원 실시간 차트 1위에 올랐다.
사실 곡 홍보를 위한 이런 시도는 지코가 처음은 아니었다. 세계적인 유명 래퍼 니키 미나즈의 트위터 팬 계정 운영자인 닐 나스 엑스는 지난해 ‘Old Town Road’라는 곡을 발표했다. 컨트리 음악에 랩을 접목한 노래였다. 그런데 카우보이 콘셉트를 활용한 ‘이햐 챌린지(Yeehaw Challenge)’로 돌풍을 일으켰다. 가수의 노래를 따라 안무를 하다가 갑자기 화면이 전환되며 다른 옷을 입은 영상이 등장하는 방식이었다. 이 곡은 챌린지에 힘입어 빌보드 싱글차트인 핫100에서 19주간 1위라는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운다. 아이스 버킷챌린지처럼 유행을 인증하고 싶어 하는 소셜미디어 세대의 심리를 제대로 관통한 것이다. 이러한 짧은 영상을 보통 ‘쇼트폼(Short Form)’이라고 부른다. 이제는 SNS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이 챌린지는 주로 틱톡을 통해 전파된다. 시대 마케팅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사람들은 참여를 원한다. 일방적으로 강연을 듣는 것보다 함께 참여하는 워크숍 형태가 훨씬 더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는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다양한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애쓰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소비를 넘은 경험이 훨씬 더 충성도 높은 반응으로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매일 유업의 ‘우유 속의 어쩌구 해시태그 챌린지’였다. 먼저 우유갑에 인쇄된 글자를 조합하여 단어나 문장을 만든다. 여기에 해시태그를 걸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챌린지였다. 소비자들의 적극적이고 유쾌한 참여를 이끌어낸 이 챌린지는 약 6일 동안 1만 4,000여 개의 해시태그를 생성했다. 브랜드와 제품을 인식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구매까지 연결한 성공적인 챌린지 마케팅 사례였다.
틱톡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한 해 동안 틱톡의 다운로드 수는 7억 4,000만 회에 달했다. 왓츠앱(8억 5,000만)에 이은 2위의 기록으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앞질렀다.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의 기업 가치는 무려 750억 달러(약 87조 원)에 이른다. Z세대를 중심으로 숏폼 비디오가 새로운 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말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앱의 등장에 숨은 이면의 이유이다. 왜 사람들은 이런 앱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것은 단순히 제품이나 음악을 소비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이를 활용해 자신을 드러내고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해내고자 하는 밀레니엄 세대의 자연스러운 욕망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지코와 닐 나스 엑스, 매일 유업은 이들의 자신의 욕구를 분출할 일종의 무대를 만들어준 것에 불과하다. 이 시대의 소비자들은 참여를 원한다. 소통을 바란다. 개성의 표출을 갈구한다. 이 자연스러운 욕망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면 제2, 제3의 가수나 제품이 등장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그 무대가 얼마나 세련되고 자연스러운가에 따라 성패가 갈리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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