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한 때 모 개그프로그램의 코너 중 나왔던 유행어입니다. 이를 활용한 책 제목이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는 ‘1등’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올림픽만을 보더라도 해외의 다른 나라 선수들이 ‘참가’에 의의를 두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메달권에 들지 못한 선수는 눈길 조차 주지 않고 기억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동메달을 따고도 죄송하다고 한 선수가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3등을 하고도 죄송하다니요!?
2등은 약체가 아니다
이는 기업간 경쟁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 ‘2등’도 어마어마한 것 입니다. 한 가지 종목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두 번째로 이끌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2등임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잘 해’, ‘우린 2등이니까 고객들을 위해 더 노력할거야’ 등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비록 2등이지만 들장미소녀 캔디처럼 꿋꿋하게 마이웨이를 걷는 기업들의 마케팅 사례 몇 가지를 찾아보았습니다.
1. 응 우리 2등이야 – AVIS 렌터카
첫 번째 사례는 AVIS 렌터카의 광고인데요. 문구부터 대놓고 “Avis is only No.2 in rent a cars. So why go with us?(우리는 2등인데 왜 우리를 쓰는거야?)” 라며 고객들에게 반문합니다. 실제로 AVIS는 이 캠페인을 통해 13년 동안의 긴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톡톡한 효과를 보았습니다.
2. 이렇게 맛있는데 언젠간 1등 하겠죠 – 오뚜기 진라면
두 번째는 국내 사례입니다. 단조로운 배경에 배우 차승원씨가 혼자 나와 “사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게 진라면이 아닙니다.”라며 1등이 아님을 당당히 밝힙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라며 라면을 아주 맛깔나게 먹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는 영상 말미에 “아니 이렇게 맛있는데 언젠간 1등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제품 경쟁력을 어필하며 광고는 끝이 납니다. 스토리도, 눈을 사로잡는 영상미도 없는 광고지만 솔직함을 내세워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3. 언젠간 뺏고말거야 – 펩시
세 번째는 너무나도 유명한 코카콜라와 펩시의 사례입니다. 부동의 1위 코카콜라와 그 뒤를 맹추격하는 펩시. 이제는 라이벌이라기 보다 형과 동생 같은 느낌마저 드는데요. 사실 펩시는 한 때 코카콜라에 매각을 제안할 정도로 경영난에 빠져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펩시는 1970년대부터 코카콜라와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특히 1975년, 블라인드 테스트를 앞세운 ‘펩시 챌린지’ 광고로 코카콜라에게 큰 한방을 먹이는데요. 라이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앞서있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지금은 많이 쓰이는 형식이지만 당시로써는 꽤나 충격적인 광고였습니다. 이 효과로 7년 후 조사에서 코카콜라와 펩시의 충성고객 비율이 거의 비슷해지게 되었죠.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
시장에서 ‘2등’은 분명 만만한 존재들이 아닙니다. 1등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지만 때로는 그 그림자를 방패 삼아 소비자들의 눈총을 피하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기업의 목표는 ‘1등’이 되는 것이지만, 1등의 위치에서 그에 걸 맞는 기대에 부흥하기 위한 노력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정이야 어찌됐든 우리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것이겠지요. 왕좌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1등과 왕좌를 탈환하기 위한 2등의 격렬하고 활발한 경쟁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은 더욱 좋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독점을 견제하는 2등 업체들이 더욱 많이 늘어나 보다 활발한 경쟁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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