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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디깅’한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나요? 원래 뜻은 무언가를 판다는 의미죠. 디깅이라는 말을 통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나 일에 깊이 파고드는 행동을 말하는데요. 이전에는 소수의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이런 문화가 발전했다면, 요즘에는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나 취미를 깊게 서치 하고, 경험하면서 디깅 하는 게 일반적인 트렌드가 되었어요. 그런 점에서 디깅은 소비와도 큰 연관이 있어요.
점점 연말에 가까워지고 있는 요즘, 김난도 교수가 2023 트렌드 리포트를 발표했어요. 이 중에 눈에 띄는 것은 ‘디깅 모멘텀’이었습니다. 디깅 모멘텀은 어떤 의미에서 무엇을 주목한 것일까요?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에도 경기 침체와 경제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전체적인 전망에 대해 “래빗 점프”라는 키워드를 정했다고 해요. 토끼가 민첩하게 뛰는 모양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곧 이렇게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것은, 전체적인 흐름보다는 새로운 변화를 빠르게 캐치해야 한다는 전망으로 보여요. 이런 점에서 “평균의 실종”이라고 내년 트렌드를 꼽기도 했어요. 대중적인 ‘평균’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양극화되는 트렌드나 소비패턴 등을 읽고 이에 맞추는 전략이 필요해요.
평균의 실종은 체리슈머(알뜰하게 소비하는 전략적 소비자), 알파 세대(Z세대의 후 세대로 2010년 이후 출생자) 등 다른 키워드들을 통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지만, ‘디깅 모멘텀’이라고 표현한 디깅 현상도 사람들의 달라진 시각을 잘 보여줍니다. 이제 사람들은 대중적인 제품, 단순히 유행하는 제품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우선해서 그에 맞는 소비를 하기 때문이죠. 그만큼 그 취미나 취향에 대한 충성도도 상당히 높아요. 그래서 역으로 보면 대중적인 브랜드 제품에서도 자기 '취향'을 확보할 수 있는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디자인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서비스인 maFILA를 론칭한 휠라처럼요.
지난 글에서 보여드렸던, ‘리셀’ 현상들은 디깅과도 연관이 깊어요. 무언가를 ‘디깅’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리셀을 하려는 구매자나 시장도 커질 테니까요. 예를 들어 슈테크 문화를 통해 보여드렸던 것처럼 나이키 신발은 한정판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 자체를 취미로 하는 문화가 크게 형성이 되어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디깅 문화가 만들어낸 또 다른 시장이 '리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디깅의 대상이 되는 제품, 캐릭터, 취미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오늘은 하나의 소재를 보기보다는 '디깅'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에는 무엇이 있는지 준비했는데요. 디깅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취미'에 대한 존중을 넘어서 취미와 취향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어요. 이를 잘 활용해서 서비스화한 예시로, 다양한 구독 서비스들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관심 분야의 트렌드를 알려주거나, 전문적인 설명을 해주면서 무언가를 경험하도록 해주는 서비스들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클래스101은 자기 계발이나 부동산과 같은 특정 주제를 카테고리 화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취미를 찾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클래스를 보유하고 있어요. 여기서는 현재 댄스, 조향, 베이킹, 골프 등등 다양한 취미 클래스를 홍보하고 있는데요. 모든 수업에 접근할 수 있는 월 구독을 통해서 듣고 싶은 수업을 수강하고,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찾아보자는 컨셉이에요.
'철학 구몬'으로도 잘 알려진 전기가오리는 '철학'을 주제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구독을 통해서 전기가오리의 철학 수업들을 들을 수 있어요. 이렇게 보면 취미라는 것이 상당히 넓어졌다는 생각이 들죠. 뭔가를 깊게 탐색하고 싶은 욕구가 소비 활동을 넘어서 철학이나 인문학을 취미로 공부하는 것으로 이어진 것이죠. 이런 경향들을 보면 사람들의 관심의 폭이 정말 제각각의 '디깅'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에 더해서 '텀블벅' 같은 크라우드펀딩 시스템도 취향의 공동체를 통해서 정말 일상에 가깝게 자리 잡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취향이 세분화될수록 더 이상 대중성으로 묶일 수 없는 다양한 취미들이 등장합니다. 이런 점에서 어떤 취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작을 수밖에 없는데요. 텀블벅은 공통의 취향을 토대로 소비자들이 자의적으로 모이기에 굉장히 최적화된 플랫폼이에요. 우리는 텀블벅에서 어떤 컨텐츠의 캐릭터를 좋아하거나 특정한 문구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죠. 특정한 취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성격의 북펀딩도 자주 이루어지고요.
오늘은 이렇게 리셀에 이어 '디깅'이 왜 중요한 소비심리 키워드가 되었는지 살펴보았는데요. 하나에 몰입하고, 남과 다른 취향을 만들어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점은 김난도 교수가 지적하는 것처럼 트렌드에 굉장히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는 결과를 만든 것 같습니다. 그때그때마다 주목받는 '디깅' 상품들이 늘어나겠지만, 상품 자체가 아니라 그 기저에 있는 심리를 먼저 파악하고 '디깅'하는 사람들이 어떤 패턴으로 활동하는지에 주목하는 것이 더 필요해 보여요. 오늘 살펴본 것처럼 새로운 구독 서비스들의 등장이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소마코 콕!
✔️ 양극화된 경제상황, 소비패턴 등을 중심으로 2023년의 중요한 키워드로 '디깅'이 주목받고 있어요.
✔️ 하나에 깊게 몰두하는 문화, 취미의 세분화를 통해 트렌드 자체가 넓어졌어요.
✔️ '디깅'이 중요한 소비심리 키워드가 된 것은, 하나에 몰입해서 남과 다른 취향을 만들어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점을 꼽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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