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게시글은 대학생 기자 ‘최여진’님이 작성하였습니다.
국 내외를 막론하고 통신업계에서 5G는 엄청난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바로 직전에 사용하던 4g에 비해 최소 10배 이상의 높은 데이터 속도, 1000배의 높은 데이터 볼륨, 그리고 지연시간은 1/10의 특성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이나 vr(ar) 을 비롯해 다양한 4차산업 사업들과 연관돼 5G는 통신업계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누가 가장 먼저 개통하는가에 대한 이슈였지만, 지금은 누가 더 실제로 5g의 속도를 구현해내고 대중화시키는가에 있습니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의 2021년 광고 ‘The reset’은 5G가 구현해 내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언급 하나도 없이도 기발하고 잘 만든 광고로 언급됩니다. ‘버라이즌’은 at&t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로, 개인 사용자 뿐 아니라 미국의 포춘 500개 기업의 99%를 고객으로 소유하고 있는 대형 통신사입니다. 이들의 광고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모바일 게임을 하면 경험하게 되는 렉(lag)과 버그들을 표현해 낸 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큰 공감과 재미를 샀기 때문입니다. 용량이 큰 게임을 네트워크에 연결해 게임을 하다 보면 기기와 게임 종류를 막론하고 꽤 자주 오류(렉, 튕김 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우선 해당 광고가 보여준 렉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해당 광고에서는 로딩 지연으로 게임 캐릭터의 얼굴이 몸 보다 뒤 늦게 나타나거나, 게임 속의 캐릭터들이 벽을 통과해 움직이기도 합니다. 또 고양이 캐릭터의 몸이 전봇대를 관통하기도하고 엘리베이터가 로딩되지 않아 캐릭터 혼자만 건물 위로 올라가기도 합니다. 이 광고는 초반부와 후반부에서 렉의 스케일이 커지는데, 초반에는 호스에서 물이 나오는 장면에서 끊김이 발생하는 정도이지만 후반부엔 땅이 꺼지고 건물 밖으로 캐릭터가 튕겨 나와 추락하는 위험천만하고 스릴 넘치는 장면이 구현됩니다. 짧은 1분 남짓의 광고이지만 게임의 어떤 렉이 광고에서 구현됐을까 긴장하며 볼 수 있는 하나의 재미있는 view point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렉과 버그를 재미있게 표현하기까지 사용된 그래픽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도 긍정적입니다. 현실의 광고모델들을 게임 그래픽처럼 표현해 냈고, 그 완성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즉 모든 장면을 다 보여준 후 맨 처음 장면으로 돌아가 호스에서 끊김없이 시원하게 물이 나오는 장면에 key message ‘DON’T LIVE WITH LAG’라는 카피를 삽입하며 광고는 마무리됩니다. 버라이즌의 5G를 사용한다면 아마 직전에 경험한 모든 렉이 없는 게임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직관적인 메시지가 느껴지는 구성이었습니다.
이 광고를 시청한 시청자들은 ‘사이버펑크 2077’이라는 특정 게임을 떠오른다고 다수 언급합니다. 실제로 해당 게임에서 보여지는 렉(버그)이 대부분 일어난 적이 있다고 악명 높은 게임이라, 광고 기획자가 이 게임을 한 후 그 분노로 제작한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꼭 해당 게임이 아니어도 본인들이 경험한 어떠한 게임이라도 한 두개의 렉 정도는 쉽게 경험할 수 있어서 게임을 해본적이 있는 대부분의 유저들은 이 광고를 익숙해 하고 크게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게임을 하는 누구든지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분노를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버라이즌의 5G기술이다를 표현해 낸 것입니다.
특히 이 광고는 한국의 통신사 광고에 주는 메시지도 큽니다. 한국의 5G광고는 ‘초연결’이나 ‘속도’ 자체에 대한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3g, lte부터 빠른 속도를 강조해 오던 통신사 광고로 인해 사람들에게 더 이상 속도가 강한 selling point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특히 광고에서 말하는 속도와 실제로 체감하는 속도 간의 괴리로 인해 사람들은 속도 키워드에 더 이상 강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혹자는 5G로 실현가능해진 모바일 VR, AR 컨텐츠 들을 광고에 녹여냅니다. 모바일 앱에서 스포츠 경기를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다거나, 가수의 안무를 AR로 배울 수 있는 컨텐츠를 직접 담아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통신사에서 5G유저를 대상으로 내놓는 컨텐츠 자체가 일상에 영향을 끼칠만큼 새로운 컨텐츠가 아니라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합니다. 한국의 5G광고는 시각적으로 매우 세련되게 구성돼 충분히 이목을 끌기는 하지만 광고 내용이 장기간 사람들에게 뇌리에 박혀 직접적인 구매 전환을 이끌어 낼 만큼의 임팩트는 부족합니다. 한국의 통신사들도 버라이즌처럼 다시금 5G키워드에 새로운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를 선점한다면,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유저들을 유치하기에 늦지 않은 시기라고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사용자들이 통신사로 하여금 원하는 광고의 셀링 포인트는 멀리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현재 5g에 기대하는 수준은 통신사가 자랑하는 수준에 못 미칩니다. 현실적으로 한국 혹은 미국 어떠한 국가에서든지 전국적으로 5g가 사용이 가능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큰 차이를 보일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당장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vr(ar) 컨텐츠가 정말 재미있고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이리라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5g가 구현 가능한 곳에서 우리가 정말 끊김없이, 어떠한 렉과 버그도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저 하나의 메시지 만으로도 충분히 그런 점을 강하게 갈망해오던 유저들에게 충분히 셀링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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