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디지털 광고에 쉽게 피로해지는 요즘, 브랜드는 오프라인에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다시금 주목받는 매체가 바로, 옥외광고인데요. 실제로 2023년 국내 옥외광고 시장 규모는 4조 원대로 성장했으며, 2024년에도 그 수준을 유지하며 불황 속 호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잔슨빌의 이태원 옥외광고가 참신한 크리에이티브로 조회수 180만 회(릴스)를 기록하며, 온라인상에서 크게 바이럴 되었는데요. 보러 가기
이는 오프라인 매체인 옥외광고가 온라인으로 이어지며, 효과적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번 아티클에서는 입체적인 인터랙션을 준 참신한 해외 옥외광고 사례를 톺아보려 합니다.
👃 슈어 데오드란트 ‘No More F.O.B.O.’
미국 데오드란트 브랜드 슈어(Sure)는 신제품 출시와 함께 파격적인 옥외광고를 설치했습니다. 바로, 길거리 포스터에 'Smell this bunda(이 엉덩이 냄새 맡아봐)' 같은 위트 있는 문구를 넣고, 실제로 향을 맡을 수 있도록 향 오일을 포스터에 입힌 것인데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냄새를 직접 맡아볼 수 있게 만든 이 광고는 FOBO(Fear of Body Odor), 즉 체취에 대한 불안을 신제품과 연결해 위트 있게 꼬집었습니다. 해당 사례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단순히 '보는 광고'를 넘어 '맡는 경험'을 설계했다는 점인데요. 후각이라는 감각을 활용해 제품 속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동시에 유머로 가볍게 풀어낸 덕분에 효과적으로 신제품을 홍보했습니다.
🍦카벨 '아이스크림 디스펜싱'
미국 아이스크림 브랜드 카벨(Carvel)은 여름 시즌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뉴욕 한 복판에 바닐라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뽑아주는 옥외광고를 설치했습니다. 1934년, 여름날 아이스크림 트럭이 고장 나면서 길거리에서 즉석 판매를 시작하게 됐다는 자사 브랜드의 탄생 스토리를 빌보드에 현대적으로 재연한 것이죠.
캠페인 메시지는 단순했습니다. "It's Not Summer Without Carvel"(카벨 없이 여름은 시작되지 않는다)인데요. 카벨은 이 메시지를 단순한 말이 아닌 고객이 미각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즉, 초여름 광고판에서 제품을 받아먹는 경험을 설계함으로써 브랜드와 여름을 연결했을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각인시켰습니다.
🌅 코로나 '선셋' 빌보드
멕시코 맥주 브랜드 코로나(Corona)는 퇴근길 교통체증으로 유명한 페루의 한 도로에 특별한 빌보드를 설치했습니다. 광고 대신, 실시간 석양을 생중계하는 디지털 빌보드를 선보인 건데요. 평소 같으면 화려한 광고 영상이 흘렀을 자리에, 오늘 하루의 끝을 알리는 햇살 가득한 노을이 펼쳐진 것이죠.
그 덕분에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자연을 만끽하라'는 캠페인 메시지를 조용하게 하지만 더 분명하게 전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광고판을 정보가 아닌 감정이 흐르는 공간으로 바꿨다는 점인데요. 단순히 '우리 브랜드 좋아요'라고 말하기보다, 자연을 보여줌으로써 편안한 감정, '코로나다운 여유'를 전달한 것이죠. 코로나는 맥주 한 병을 들고 느긋하게 석양을 바라보는 그 감성을 빌보드를 통해 경험하게 만든 셈입니다.
🌞 브라마 '브랜디드 섀도'
파라과이에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여름, 맥주 브랜드 브라마는 도시 곳곳에 아주 특별한 광고를 설치했습니다. 광고판을 세운 것도 전광판을 튼 것도 아니었습니다. 태양이 내리쬐는 옥상에 로고 조형물을 설치하고, 그 그림자가 지면에 비치도록 만들었습니다. 광고판은 없었지만, 브랜드는 뚜렷하게 보였죠.
브라마는 이렇게 '시원함과 즐거움'이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도시의 가장 뜨거운 순간에 새겨 넣었습니다. 햇빛과 열기 속에서 그림자는 곧 시원함이고, 그 시원함 속에 자연스럽게 브라마 맥주가 함께 떠오르도록 만든 것이죠. 보이지 않던 것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브라마다운 '브랜드 감각'을 남긴 점이 인상 깊었던 옥외광고였습니다.
☕️네스카페 '디카페인 빌보드'
불이 켜지는 대신, 서서히 꺼지는 광고판. 네스카페는 자사 디카페인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밤에 어두워지는 역발상 옥외광고를 선보였습니다. 보통의 광고가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더 밝게 빛나는 것과 달리, 이 빌보드는 광고판을 어둡게 함으로써 브랜드 메시지를 선명하게 드러냈습니다. “Let nothing keep you up at night.”(그 무엇도 당신의 밤을 방해하지 않도록)이라는 메시지를 말이죠.
특히, 인상 적었던 부분은 광고판의 빛 공해를 디카페인 제품 속성과 연결한 점입니다. 도심 속 광고판의 조명이 숙면을 방해하듯, 카페인도 우리의 밤을 방해하죠. 네스카페는 이 두 가지 문제를 연결하며, '밤을 편하게 해주는 커피'라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이 단순하지만 참신한 역발상 설계로 네스카페는 도시의 문제, 브랜드 메시지를 모두 아우르는 참신한 옥외광고를 완성했습니다.
😻 드리미즈 '광고 공격'
고양이 간식 브랜드 드리미즈(Dreamies)는 도심 한복판에 브랜드의 핵심 속성을 유쾌하게 풀어낸 옥외광고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런던 거리의 광고판 위에는 수십 마리의 고양이 조형물이 간식을 향해 달려드는 듯한 장면이 연출돼 있었는데요. 마치 광고를 '공격'하듯 기어오르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드리미즈는 맛있어서 참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시각화한 것이었죠.
이 캠페인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3D 고양이 조형물을 통해 광고 같지 않은 몰입감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았으며, 실제로 일부 시민들은 진짜 고양이로 착각해 신고 전화를 걸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드리미즈는 말보다 더 강력한 시각적 경험으로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켰습니다.
🐭 삼성전자 ‘애즈포랫츠’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광고 무대, 뉴욕 한복판에서 색다른 시도를 했습니다. 바로, 사람이 아닌 쥐를 타깃으로 한 옥외광고 캠페인(Ads for Rats)을 선보인 것인데요. 삼성전자는 쥐들이 실제로 많이 다닐 법한 공간(하수구, 쓰레기통) 근처에 13인치 크기의 초소형 광고판을 설치했습니다. 광고판에는 쥐들이 공감할 법한 내용의 광고를 유쾌하게 담아냈죠.
이처럼 인간이 아닌 쥐를 타깃으로 삼음으로써, 큰 예산 없이도 뉴욕에서 충분한 주목도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작은 스케일의 광고가 오히려 대형 빌보드로 가득한 뉴욕 도심 속에서 더 큰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켰죠.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고객에게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유쾌하게 환기시켰습니다.
데오드란트 브랜드 슈어부터 삼성전자까지 화제가 되었던 해외 옥외광고 사례를 분석했습니다. 옛날의 옥외광고가 규모감, 단순 노출에 목적을 두었다면, 요즘의 옥외광고는 감각, 공간, 맥락에 경험을 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요.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거나, 일상의 풍경 속에 브랜드를 활용해 감정을 심거나, 유쾌한 반전을 연출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이는 옥외광고가 더 이상 단순한 '패널'이 아니라, 도심 속에 설치된 브랜드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듯합니다. 결국, 잘 설계된 옥외광고는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되며, 온라인으로 확산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죠. 여러분도 캠페인을 기획할 때, '무엇을 말할지' 뿐만 아니라 '어떻게,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경험시킬지'도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의 소마코 콕📌
✔️ 요즘의 옥외광고는 단순 노출이 아닌, 감각/공간/맥락에 경험을 더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 과감한 방식으로 후각을 자극하는 데오드란트 브랜드 슈어부터 쥐를 위한 옥외광고로 유쾌한 반전을 만든 삼성전자까지.
✔️ 다양한 브랜드에서 참신한 크리에이브의 옥외광고로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있어요.
EDITOR sam
"디깅하고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 콘텐츠 탐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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