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마케팅, 죽는 게 아닌 까다로워 진 것… 효율 위한 고민을 덧댈 시점
최근 “퍼포먼스 마케팅의 위기가 온다” “퍼포먼스 마케팅, 이제 끝물이다” 는 식의 우려가 자주 들린다. 그동안 ‘돈을 태우는 만큼’ 직관적으로 성과가 났다면, 이제 그 공식이 예전만큼 쉽게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국내에 도입된 시점은 보통 ‘구글 애널리틱스(Google Analytics)’가 등장한 2005년 말에서 2006년 초 정도로 본다. 본격적으로 활용된 시기는 대략 10년 전 정도로 꼽는 게 지배적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한 마케팅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효율을 뽑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를 설득하기란 매일 어려워지고 있고, 이제는 오래돼 익숙해진 퍼포먼스 마케팅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놀랍지 않다.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한 우려는 단순히 심리적인 영역이 아닌, 몇몇 현상에 근거한 목소리다. 그러나 여전히 마케팅 전문가들은 “퍼포먼스 마케팅이 죽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다. 왜 그들은 기업과 마케터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퍼포먼스 마케팅의 존속을 점치는 것일까? 직접 퍼포먼스, CRM, 그로스 등 다양한 분야의 마케팅 전문가를 만나 퍼포먼스 마케팅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측정된 성과를 바탕으로 이후 전략을 수립하는 마케팅이다. 사실상 현대의 디지털 마케팅 전반이 데이터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에 속하거나 교집합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예측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해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퍼포먼스 마케팅은 환영 받았다. 심지어 효과적이기까지 했다. 소비자 확보는 쉬웠고, 퍼포먼스 마케팅은 저렴했다.
지난 10년 간 퍼포먼스 마케팅을 대표한 채널인 ‘페이스북(Facebook)’을 예로 들면, 디지털 광고에 수용적인 소비자를 A/B 테스트를 통한 소재 선별로 빠르게 사로잡을 수 있었고, 2010년대 후반 1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만큼 단일 채널로서의 효과도 좋았다. 마케터들은 이를 “광고를 태우는 대로 효과가 터졌다”고 비유한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죽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건 이러한 퍼포먼스 마케팅의 장점이 덜해졌기 때문이다.
첫째로 소비자가 변했다. 소비자는 과거에 비해 다양한 디지털 채널을 접한다. 2025년 미국의 인터넷 마케팅 서비스 기업인 ‘디자인러쉬(DesignRush)’에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가장 ROI가 높은 채널을 묻는 질문에 마케터들의 응답은 각 인스타그램(Instagram) 25%, 페이스북 23%, 유튜브(Youtube) 14%, 틱톡(Tiktok) 12%로 나뉘었다. 더 이상 단일 채널의 마케팅만으로 효과를 보기 어려워졌고, 확인해야 할 데이터의 양과 고려해야 할 전략의 무게도 늘어난 것이다.
두 번째는 광고주에 의한 단가 변화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인기를 끌며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한 광고 집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주요 채널의 단가가 빠르게 상승했다. 페이스북의 ‘CPC(Cost Per Click)’ 비용은 2018년 0.31달러 선에서 2024년 1.75달러 선까지 상승했고, 글로벌 구글 검색 광고의 ‘CPC(Cost Per Click)’ 증가율 또한 최근 6년간 평균 2.33%를 기록했다.
이처럼 비싸고 어려워진 탓에 퍼포먼스 마케팅이 죽고 있다는 말이 들리는 것이다. 실제 풀퍼널 마케팅 기업 ‘마티니 아이오’의 이건희 COO는 “퍼포먼스 마케팅은 더 이상 압도적인 1순위의 마케팅은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퍼포먼스 마케팅이 대체 불가능한 마케팅임을 강조한다.
우선 디지털 마케팅에 필수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마케팅이라서다. OOH, TV CF 등 래거시한 채널과 비교해 매우 구체적인 지표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빠르게 전략에 반영할 수 있다. 더해서 ‘UA(User Acquisition)’ 측면에서 대체 불가능하다. 마케팅은 이미 확보한 유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과 아직 확보하지 못한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으로 구분되는데, CRM, 그로스 마케팅 등 다른 마케팅 전략이 이미 확보한 유저에 기반한 데 반해 퍼포먼스 마케팅만이 아직 사로잡지 못한 유저를 유입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마케팅은 ‘유입-전환-재구매’의 구조를 띈다. 여기서 유입을 퍼포먼스 마케팅이 전담하니, 퍼포먼스 마케팅은 취사할 수 있는 마케팅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마케팅 컨설팅 기업 ‘김용훈 그로스 연구소’의 김용훈 소장은 퍼포먼스 마케팅에 적극 활용되는 구글과 메타의 재무제표를 제시하며 “두 기업의 재무제표에 나타난 매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여전히 많은 기업이 퍼포먼스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도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비싸고 어려워졌지만, 대체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할 차례다.
우선 다양한 툴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퍼포먼스 마케팅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 적용돼 효율성과 자동화를 높이는 건 물론, 하나의 캠페인으로 유튜브, 메일, 검색, 쇼핑 광고를 동시에 운영하는 ‘구글 퍼포먼스 맥스(Google Perfomance Max)’, 평균 40%의 ROI(Return on Investment)를 보이는 ‘리워드 마케팅(Reward Marketing)’ 등 보다 효율적으로 소비자를 공략하는 다양한 퍼포먼스 마케팅 전략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발전되고 있다. 이러한 툴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성과 차이는 극명하게 벌어진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 흔히 퍼포먼스 마케팅을 단기 성과를 위한 마케팅으로 분류하지만, 마케팅 에이전시 ‘리드스팟’의 안덕진 대표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진가는 데이터에 기반해 전체 채널을 아우를 수 있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한 채널의 단기적인 성과가 좋지 못해도 채널 간 시너지가 발휘돼 추후 세일즈팀의 유의미한 전환을 이끌 수 있으니, 당장의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표를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관점으로 퍼포먼스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
시장의 변화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다. 김 소장은 뷰티 시장을 예로 들어 이를 설명한다. 과거 뷰티 브랜드는 자사몰을 통한 마케팅이 정석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뷰티 브랜드의 왕도는 올리브영 입점을 통한 마케팅이다. 따라서 뷰티 도메인의 퍼포먼스 마케터라면 기존 자사몰 위주의 마케팅을 고수할 게 아니라, 변화된 방식에 맞는 전략을 고민해야 효율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퍼포먼스 마케팅의 성과는 이후 타 마케팅 부서의 과업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퍼포먼스 마케터가 다른 마케팅 조직과 협력해 유연하게 일할 필요도 있다. 김 소장은 국 내 빅테크 기업 B사를 예로 들며 “B사 소속 퍼포먼스 마케터는 필요에 따라 다양한 마케터 조직에 합류해 협력하며 일한다.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 전 과정에 대한 이해를 기를 수 있고, 변화에 따른 마케팅 전략 수정 및 수립에 적극적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업의 규모에 따른 선택도 필요하다. 이 COO는 “시장에 막 진입한 기업에게는 퍼포먼스 마케팅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30~40만 이상의 MAU(Monthly Active Users)’ 를 확보한 기업이라면 점차 비중을 CRM 등을 통한 재구매 유도로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에서의 포지션에 맞게 마케팅 전략 간 비율을 조정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리하면, 퍼포먼스 마케팅이 죽었다기 보다는 까다로워졌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그렇다고 퍼포먼스 마케팅을 배제한 전략을 수립할 수는 없다. 앞서 살펴본 방안의 공통점은 모두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연한 사고를 가지는 것이다.
이제 다시 질문에 대한 답을 정의해보자. “퍼포먼스 마케팅이 죽었나?”라고 한다면 “퍼포먼스 마케팅이 죽는 게 아니라, 영민하고 유연하지 못한 마케팅이 죽는 것”이라 바라보는 게 적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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