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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에서 배우는 컨셉의 거의 모든 것

Marketing Trend/Branding

by 골드넥스MSR 2020. 1. 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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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너리’라는 시골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의 주민들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다. 그런데 이분들은 일어나자마자 포도주를 마신다. 새참 역시 와인이다. 전을 구워도 와인과 함께 먹는다. 치킨 역시 와인과 어울린다며 '치와'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메주 띄우듯 와인을 매달아 놓는다. 일하면서 할머니가 다른 할머니에게 묻는다. 빨간 것과 하얀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좋으냐고. 그러자 순덕이 할머니가 답하신다. '목 마를 땐 역시 하얀 거제'라고. 동네 입구 마루에 앉아 할아버지들이 한 목소리로 말한다. ', 와인? 아무것도 아니여...'

 

물론 이것은 실제가 아니라 이마트가 집행한 광고의 일부이다. 하지만 컨셉은 명확하다. 와인을 일상 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좀 사는 집의 고상한 취미로서의 와인이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쉽게 마실 수 있는 국민의 술로 포지셔닝하기 위한 광고다. 와인이 우리의 실제 일상 속으로 그렇게 쉽게 들어올지는 그다음에 생각할 일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다름아닌 이 광고의 '컨셉'이다. 이 광고의 배경에는 명확한 이마트 만의 컨셉이 있다. 그저 싼 가격의 싼 제품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국민의 가격을 가진 일상의 제품으로 와인을 포지셔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컨셉을 한 마디로 설명한다면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분위기? 느낌? 이미지? 아마도 손에 잡힐 듯하면서 도무지 잡히지 않는 안개와 같은 생각이 들 것이다. 컨셉이란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 힘든 단어이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 이 단어의 존재감을 느끼고 있다. 컨셉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확연히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컨셉이란 단어의 어원은 ‘모두가 공감하는 것을 (함께) 잡다, 혹은 취하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 말로 '컨셉 좀 잡아 보라'는 말은 직역하자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을 잡아보라'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컨셉이란 '원하는 방향(미션, 비전, 전략 등)에 걸맞게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담은 것' 정도가 될 것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어떻게 하면 이 컨셉을 도출해낼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필요는 도구를 부르는 법, 현장의 많은 마케터들과 브랜더들은 컨셉휠(Concept Wheel)이라는 도구를 고안해냈다. '컨셉 사용 설명서'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컨셉휠의 목적은 흩어진 사고를 통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생각들, 산발적으로 흩어진 컨셉을 하나로 묶기 위해 탄생한 것이다. 이후의 브랜드 전략 수립은 물론, 실질적인 전술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뿐 아니라 소비자가 느껴야 할 그 무엇에 대한 구체적인 요소들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 그림 1>

 

< 그림 2>

 

<그림 1> 지금 머릿속에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브랜드를 중심으로 핵심적인 키워드 몇 개, 혹은 컨셉으로 활용하고 싶은 단어들을 원을 그려 그 안에 넣어보자.

 

<그림 2> 그 다음으로 원을 분할할 차례이다. 세 번째 원에는 소비자가 얻게 될 여러 이익(정서적, 기능적, 자아표현적 이익)을 표시하면 된다. 키워드에 따른 Do's & Don'ts를 적어도 된다. 중요한 것은 기준이 무엇이 되었든 몇 개의 동심원으로 분할하든 핵심 아이디어와의 연관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제니퍼소프트라는 회사의 핵심 컨셉은 자율과 협력행복이다. 이들은 이런 명확한 컨셉을 가지고 회사의 Do's & Don'ts를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는 공중파 TV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왜 직원들이 놀면 안되냐고. 그래서 회사 지하에 풀장을 만들었다. 자신이 맡은 업무만 완수할 수 있다면 오후 3, 4시에 출근해도 무방하다. 자신의 자리도 따로 없다. 여기서 이 회사의 컨셉은 세 개의 키워드로 분할할 수 있다. 이후 회사의 모든 활동은 이러한 키워드가 만들어낸 기준에 따라 운영되기만 하는 것이다. 만일 이 키워드에 맞지 않는 규정이 생긴다면 직원 중 누군가가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회사의 가치에 맞는 선택이냐고 말이다.

 

 

이마트의 컨셉은 일상의 동반자다. 키워드로 적어 본다면 '국민', '일상', '편의' 정도가 아닐까? 그러나 이 컨셉을 구체화해서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브랜더의 역할이다. 와이너리에 사는 어르신들처럼 이마트의 제품을 일상적으로 누리는 사람들, 이마트의 컨텐츠 역시 그런 내용을 담아야 하지 않을까? 칼퇴 후 혼술을 즐기는 이들을 위해 ‘나 혼자 어묵탕’을 제안한다. 무조건 성공하는 연말 홈 파티 초간단 레시피를 제시한다. TV에 소개된 양미리 조림의 레시피를 공개한다. 식은 붕어빵과 호빵을 기적처럼 되살리는 조리법을 설명한다. 이 모두가 일상의 동반자인 이마트가 가진 컨셉을 명확히 이해했기 때문에 나온 컨텐츠들이다. 이처럼 이마트가 찾고자 한 것은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다름아닌 브랜드의 컨셉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아주 구체적이고도 실제적인 활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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