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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블프'라는 단어가 '여름 특가 세일'보다 효과적인 이유

마케팅 인사이트/브랜딩

by 짱수안 2025. 7. 1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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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echradar.com

 

올해 들어 유독 패션업계에서 '여름블프'라는 단어가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좀 이상하죠? 블랙프라이데이는 원래 미국 추수감사절 다음 날에 열리는 연말 최대 세일 이벤트를 뜻하는 단어니까요. 추수감사절이 한여름? 어폐가 있어보입니다.

그럼에도 '여름블프'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어떤 걸 의미하는지 단박에 와닿습니다. 여름에도 블프 급으로 크게 할인을 한다는 의미를 설명할 필요도 없죠. '여름 빅세일' 보다 임팩트가 크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왜 '말이 안 되는' 조합이 오히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걸까요?

 

1. 왜 '평범한 것'은 기억에 남지 않을까?

우리 뇌는 매일 수천 개의 브랜드 메시지를 처리합니다. 이 엄청난 정보량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뇌는 효율적인 필터링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예측 가능하고 일상적인 정보는 자동으로 '노이즈'로 분류되어 무시됩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자극이 들어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의 해마와 전전두엽은 '예상과 다른' 정보에 전기적 활동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이는 진화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새로운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한 메커니즘입니다.

예를 들어, 카페거리를 걷다가 수십 개의 비슷한 간판들 사이에서 '조용한 노래방'이라는 간판을 본다면 어떨까요? 분명히 발걸음을 멈추고 "뭐지?" 하고 쳐다볼 것입니다. 바로 이 '멈춤의 순간'이 브랜드에게는 소비자의 주의를 독점할 수 있는 골든타임인 것입니다.

 

2. 언어 비틀기의 심리학적 원리

인지적 불일치(Cognitive Dissonance)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습니다. 이는 서로 모순되는 두 개의 신념이나 정보를 동시에 접할 때 발생하는 불편한 감정 상태를 말합니다.

 

'여름블프'를 처음 들었을 때 우리 뇌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 좌뇌: "블랙프라이데이는 겨울 이벤트인데?"
  • 우뇌: "하지만 여름 + 블프 = 뭔가 큰 할인이겠지?"

이 모순을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뇌는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고, 그 결과 해당 브랜드에 대한 기억이 더 깊이 각인됩니다. 마치 수학 문제를 풀 때 어려운 문제일수록 답을 찾았을 때의 만족감이 큰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한 마디로, 뇌는 '단순한 것'보다 '복잡하지만 해석 가능한 것'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바로 이것이 평범한 마케팅 메시지들이 스쳐 지나가는 이유이자, 비틀기 전략이 강력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비틀기'는 어떤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을까요? 무신사의 '여름블프'를 시작으로, 다양한 비틀기 전략의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3. 시간과 계절의 비틀기: 무신사 '여름블프'의 혁신

출처 = 무신사

 

'여름블프'라는 단어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쓰기 시작한 건 2021년 무신사가 '무진장 여름블프'를 오픈하면서 부터입니다. 이 배경에는 패션업계의 구조적 문제가 있었습니다. 여름은 패션업계의 최대 비수기로, 봄·여름(SS) 시즌 상품들이 완판되지 않으면 고스란히 재고 부담으로 남아 브랜드 전체의 사업 지속성을 위협합니다.

특히 중소 브랜드들의 경우 여름철 매출 저조가 가을·겨울 신제품 생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무신사는 이런 상황에서,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겨울 최대 세일을 상징하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여름에 가져오면 어떨까?"라고 말이죠.

블랙프라이데이는 원래 미국의 추수감사절 다음 날에 열리는 연말 최대 세일 이벤트입니다. 이를 한여름에 적용한다는 것은 분명 어폐가 있어 보였지만, 바로 그 어폐가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무신사의 시도는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2022년부터 정례화된 '무진장 블프'는 여름과 겨울 연 2회 진행되며, 매번 기록적인 성과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최근 마무리 된 2025년 여름 블프 성과를 볼까요?

 

출처 = 무신사

 

  • 11일간 누적 판매액: 2,466억 원 (전년 대비 22% 성장)
  • 분당 판매액: 1,700만 원
  • 시작 4시간 만에 100억 원 돌파
  • 누적 판매 수량: 약 717만 개 (전년 590만 개 대비 대폭 증가)
  • 참여 브랜드: 3,500여 개 (전년 2,000여 개에서 75% 증가)

오프라인에서도 강력한 시너지를 보였습니다. 무신사 스토어 3개 매장(홍대·대구·성수@대림창고)에는 행사 기간 12일간 총 15만여 명이 방문했고, 행사 전 주말 이틀간만 3만 명이 몰려 직전 주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물론 무신사의 성공이 이 단어 하나 때문만은 아닐 거예요. 단순한 어폐 활용을 넘어 전략적 타이밍 조절도 탁월했거든요. 2025년에는 경기 침체와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중소 패션 브랜드들이 예년보다 일찍 매출 감소를 겪고 있었는데요. 이러한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행사를 전년 대비 일주일 앞당겨 진행했습니다.

또한 브랜드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입점 브랜드들과 간담회를 열어 마케팅 전략과 우수 사례를 공유하며, 재고 소진을 위한 브랜드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했습니다. 이는 할인 상품 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4. 비틀기의 다양한 사례들

출처 = Industrial Light & Magic / Netflix
출처 = Krazy Glue / 버거킹

 

그럼 단어를 비틀어버린 다른 사례는 어떨까요? Netflix는 'Internet'과 'Flicks'를 결합해 인터넷 기반 영화 서비스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히 했고, Verizon은 'Veritas(진실)'와 'Horizon(지평)'을 합쳐 신뢰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통신 서비스임을 각인시켰습니다.

 

상반된 개념의 결합도 강력한 임팩트를 만듭니다. 미국의 특수효과 스튜디오인 'Industrial Light & Magic'은 산업적 냉철함과 마법같은 창의성을 동시에 표현해 특수효과 회사로서의 독특한 정체성을 구축했습니다.

 

의도적 오타와 변형은 기억에 남는 브랜드명을 만드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Krazy Glue'는 'Crazy'를 'Krazy'로 변형해 강력한 접착력을 암시하면서도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문법적 비틀기는 소비자에게 '멈춤의 순간'을 만들어냅니다. 애플의 "Think Different" 캠페인은 문법적으로 틀린 표현이지만, 바로 그 어색함이 사람들로 하여금 잠깐 멈춰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순간 브랜드는 소비자의 의식에 깊이 각인됩니다. 소비자들이 브랜드명이나 슬로건의 의미를 해석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몰입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집니다.

 

시장을 비틀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버거킹의 "Have It Your Way(원하는 대로 하세요)" 슬로건은 패스트푸드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패스트푸드점은 모든 음식을 똑같은 방식으로 조리했는데요. 버거킹은 그 점을 비틀어 고객이 원하는 대로 메뉴를 선택하고 재료를 커스텀하여 나만의 버거를 만들 수 있게 했습니다. 이 슬로건은 맥도날드의 표준화된 서비스와 정반대되는 메시지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끊임없는 토론과 비교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이런 화제성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독특하고 논쟁적인 브랜드 메시지는 SNS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브랜드 인지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높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슬로건은 버거킹에 차별화를 만들고 성공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5. 카테고리를 비틀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할 수 있다.

출처 = 구글 검색 결과

 

무신사의 '여름블프'는 패션업계에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냈습니다. 기존에는 '여름 세일', '시즌 오프 할인' 정도의 개념만 있었는데, 무신사는 '여름철 최대 할인 시즌'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용어의 변화가 아니라 소비자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전에는 여름을 '패션 비수기'로 인식했다면 이제는 '여름도 대규모 쇼핑 시즌'으로 바뀐 것입니다. 겨울 블랙프라이데이와 동등한 수준의 기대감과 관심을 여름에도 만들어낸 것이죠.

다른 산업에서도 비슷한 카테고리 파괴 사례들을 볼 수 있습니다. 테슬라는 자동차를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닌 '기술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며 전통적인 자동차 카테고리를 파괴했고요. 에어비앤비는 '집'과 '호텔' 사이의 애매한 영역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냈습니다. "Don't go there. Live there.(가지 마세요, 살아보세요.)"라는 슬로건은 관광과 일상 생활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여행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선점 효과(First-mover Advantage)는 이런 카테고리 파괴에서 극대화됩니다. 무신사가 '여름블프'라는 새로운 개념을 먼저 제시하고 성공시키면서, 이제 다른 브랜드들은 무신사를 따라하거나 더 차별화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무신사는 '여름 최대 할인 시즌'이라는 영역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6. 실패하는 비틀기 vs 성공하는 비틀기

실패하는 비틀기는 무의미한 어폐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이상하기만 하고 브랜드 가치나 메시지와 연결되지 않는 네이밍은 혼란만 가중시킵니다. 

 

성공하는 비틀기는 전략적 의도와 명확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어폐나 의외성이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더욱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관점이나 경험을 제공합니다.

지속 가능한 비틀기 전략의 조건은 일관성과 진정성입니다. 단발적인 화제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스토리와 연계해 장기적인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론: 상식을 뒤집는 용기가 브랜드를 만든다

무신사의 '여름블프' 성공은 단순한 언어적 장난의 승리가 아닙니다. 이는 상식을 뒤집는 용기와 전략적 사고의 결합이 만들어낸 마케팅 혁신입니다.

흔한 것을 비틀 때 나타나는 강렬함은 브랜드에게 두 가지 중요한 가치를 제공합니다. 첫째,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해줍니다. 둘째, 소비자와의 깊은 감정적 연결을 만들어 브랜드 충성도를 높입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비틀기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진정한 가치와 실질적 혜택이 뒷받침되지 않는 비틀기는 일시적 화제에 그치고 맙니다. 단어가 주는 기대감 다음 실제 혜택과 경험이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신뢰와 재참여로 이어집니다. 즉, 이벤트와 프로모션의 실질적인 가치가 뒷받침되어야 브랜드 이미지가 강화됩니다.

마케터에게 필요한 것은 창의적 발상과 전략적 사고의 균형 감각입니다. 상식을 뒤집되, 그 안에 명확한 메시지와 가치를 담을 수 있는 능력. 바로 이것이 비틀기 전략의 핵심이며, 미래 마케팅의 핵심 역량이 될 것입니다.

 

 

 

오늘의 소마코 콕📌

✔️무신사의 '여름블프'는 계절적 상식을 뒤집은 언어적 비틀기로, 어폐가 있음에도 강력한 마케팅 임팩트를 만들어냈습니다.
✔️상반된 단어의 조합이나 익숙한 개념의 재해석은 소비자에게 호기심과 멈칫의 순간을 만들어냅니다. 이는 브랜드 차별화에 효과적입니다.
✔️성공하는 비틀기는 단순한 언어적 장난이 아니라 전략적 의도와 실질적 가치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를 창조하고 독점적 지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EDITOR 짱수안

"소마코 편집장, 다 아는 이야기 한 번 더 정리해 드려요"

 

 

 

 


By. 
마케팅 컨설턴시 골드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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