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카오가 카카오톡에서 테스트 중인 기능으로 인해 전국의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떠들썩합니다. 바로 사용자의 메시지 입력 상태를 표시하는 ‘입력 중’ 표시 기능인데요.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는 기능이지만, 카카오톡 사용자들 사이에선 찬반 여론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기능 추가에 찬성하는 쪽은 더 빠르고 명확하며, 맥락을 파악한 소통에 도움이 되는 기능이라 호평하지만, 반대로 자신의 텍스트 입력 상태 및 과정을 공유하기 싫은 것은 물론, 감시당하고 있는 듯한 불안함을 호소하는 사용자도 있는데요.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 기능 실험이 단순한 기능 추가를 넘어, 새로운 기능과 변화를 사용자들마다 다르게 받아들이는 걸 보여주는 동시에, UI·UX 디자이너가 편의성과 사용자 프라이버시 사이에서 어디까지 고려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과연 입력 중 표시는 어떤 기능이며, 또 사용자들은 왜 이렇게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걸까요? 이번 글에선 UX 디자인 관점에서 카카오톡의 입력 중 표시 실험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카카오톡에서 새롭게 발견된 입력 중 표시는 간단합니다. 카카오톡에서 사용자가 상대방과 대화를 시작하고, 대화를 이어나가는 중에 입력 창에 텍스트를 입력하고 있으면, 말풍선 텍스트 칸 안에 애니메이션 처리된 ‘…’ 표시를 통해 실시간으로 타 사용자에게도 보여주는 기능이죠.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구현이 확정된 기능이 아닌 만큼, 25.4.0 이상의 버전의 환경에서 설정→실험실→메시지 입력 중 상태 보기를 활성화해야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기능은 해외에선 이미 ‘타이핑 인디케이터(Typing Indicator)’라고 불리는 보편화된 기능인데요. 실제 애플의 아이메시지, 왓츠앱, 인스타그램 DM 등 해외의 주요 메신저 기능 서비스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죠.
이렇게 많은 기업이 타이핑 인디케이터를 사용하는 이유는 확실합니다. 사용자에게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해 대화의 흐름과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해 메시지 충돌을 방지하며, 마치 상대방과 실제 현실 대화를 하는 듯한 몰입감 높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카카오톡 역시 “사용자들의 소통과 대화 맥락이 끊기지 않도록 지원하고, 실제 오프라인 대화와 같은 경험을 제공하고자 카카오톡 실험실에 ‘메시지 입력 중 표기 기능’을 적용했다”고 밝혔는데요.
그렇다면 단순히 상대방이 채팅을 입력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타이핑 인디케이터가 어떻게 사용자 경험 개선의 열쇠가 되는 것일까요? 비밀은 바로 ‘사회적 신호’와 ‘피드백’에 있습니다.
‘사회적 존재감(Social Presence)’ 이론에 따르면, 타이핑 인디케이터와 같은 기능으로 실시간 반응, 감각 채널 및 코드가 많아질수록 사용자는 사회적 실제감을 분명하게 느끼며, 이는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몰입감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 미국의 행동 과학자 줄리아나 슈뢰더(Juliana Schroeder) 버클리캠퍼스 교수는 “텍스트 기반 의사소통은 본질적으로 비인간적일 수 있다. 인간적인 단서들이 많이 부족하다는 뜻이다”며 “하지만 타이핑 인디케이터와 같은 지표들은 상대방, 즉 소통하는 사람의 마음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지표들은 메시지를 읽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소통하는 사람과 더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UI·UX 전문가들 역시 마찬가지로 타이핑 인디케이터가 텍스트 기반 채팅에 도움을 준다고 말하는데요. 실제 인도 코푸람 그룹의 UX 전문가 소우미야 무르티(Sowmiya Moorthy)는 “입력 중 표시가 보이는 순간 사람의 뇌는 무슨 말을 할까? 왜 채팅을 멈췄을까? 기대하고 예측하기 시작한다”며”이렇게 만들어진 피드백 루프는 다른 사람이 존재하고, 생각하고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며, 답장이 오지 않더라도 채팅 창에 더 오래 머물며 기다리게 된다. 마치 누군가와 실시간으로 모습을 보고 대화하는 것처럼 디지털 경험을 현실화시킨다. 입력 중 표시는 단순한 UI가 아닌 최고의 UX 심리학 예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이유로 여러 앱 서비스가 타이핑 인디케이터를 도입하고 유지 중입니다. 서비스 초창기부터 타이핑 인디케이터 기능을 구현해 유지 중에 있는 채널톡의 최완섭 채널코퍼레이션 CPO는 “입력 중 표시만으로도 이탈을 줄일 수 있다”며 “업무용이 아니더라도 대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기능으로서 이미 많은 메신저들이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타이핑 인디케이터 기능, 모든 사용자들의 반응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상술했듯 이번 카카오톡의 신규 기능 실험 시작 직후, 적지 않은 사용자가 자신의 채팅 과정을 감시 당하고 있다는 불안감과 불편함 등의 불호를 내비추고 있습니다.
한 커뮤니티 사용자는 이번 신규 기능에 “상대방의 입력 중 표시가 사라지고 아무런 답이 없으면,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는데요. 요컨대 메시지를 입력하다가 지우는 자연스러운 행위, 개인의 사고 흐름이나 감정 조절의 시간마저 상대방에게 노출된다는 변화로 인해 영향을 받은 것이죠.
하지만 이런 타이핑 인디케이터에 대한 반감이나 불안, 불편 등의 반응은 국내에서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닌데요. 실제 제시카 베넷 뉴욕타임스 기자는 타이핑 인디케이터로 인한 불안 증세에 심리 치료사와 상담까지 했다고 고백했는데요. 그렇다면 왜 이렇게 사용자들이 좋은 기능에도 불만과 불편을 넘어 불안까지 호소하고 있는걸까요? 여러 분석이 존재하지만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텍스트 채팅 경험 변화’와 ‘과도한 피드백에 따른 피로감’입니다.
외신 뉴 리퍼블릭은 “글쓰기가 갖는 전통적인 장점 중 하나는 말하기보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며 “하지만 텍스트 인디케이터는 이런 글쓰기의 장점을 약화시키고 있다. 일단 채팅이 시작되면 가능한 빠르게 작성해야 한다. 메시지 입력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대방의 고민이 커지기 때문이다”라며 타이핑 인디케이터가 기존 글쓰기 경험의 장점을 없애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심리 전문가들은 타이핑 인디케이터에 대한 반발이 단순한 신규 기능 경계나 불만을 넘어 디지털 소통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피드백 정보에 노출되는 것에 대한 피로감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너무 많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시대다 보니, 메시지 하나 보내는 데도 작성 중이라는 사실이 보여지면 심리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나아가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라고 타이핑 인디케이터의 부작용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타이핑 인디케이터는 실시간 소통의 편의성을 향상시키고 몰입도를 높힐 수 있지만, 동시에 피로감을 더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해 사용자의 심리적 여유를 빼앗을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런 반발을 최소화하고, 사용성을 높일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입력 중 표시를 무조건 노출하기보단 사용자가 기능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 최완섭 CPO는 “타이핑 인디케이터에 대한 반발은 ‘읽음 확인’처럼 편의성과 민감성 사이의 이슈로, 서비스 정체성과 맥락에 따라 사용에 유연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요. 임명호 교수 역시 “빠른 소통을 편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 때문에 향후 기능을 도입하더라도 선택형으로 제공해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결국 카카오톡의 입력 중 표시 실험은 작은 디자인 변화도 사용자 경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증명 사례이자, 모든 사용자들이 기능을 동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카카오톡은 “해당 기능의 정식 출시 여부는 실험실 반응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는데요. 양날의 검인 타이핑 인디케이터에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은 어떤 방향성을 제시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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