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요즘 북미 요리 유튜버 필수품을 아시나요? 라면, 튀김, 바비큐, 파스타, 심지어 햄버거∙피자 디핑 소스로도 쓰이는 K-소스가 있습니다. 바로 고추장인데요. 소마코 에디터는 멍하니 요리 채널들을 보다가 고추장이 등장해서 한 번씩 놀라고 있답니다.
사진은 벌집모양 감자튀김에 고추장 소스를 쓰고 있는 모습이네요.
일본에서는 올해 고추장 소스에 찍어 먹는 KFC 치킨이 등장하기도 했죠.
인도에서도 고추장 소스를 바른 버거킹 메뉴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K-소스의 중심에는 ‘gochujang’이 있는데요. 스리라차나 타바스코 등의 핫소스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죠. 구글에 ‘gochujang’을 검색해도 여러 해외 유투버들의 레시피가 등장합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알려진 K-소스는 ‘고추장 버터’로, 고추장과 버터를 섞어 만드는 제품인데,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서 에드워드 리 셰프가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이처럼 해외에서는 고추장에 무언가를 첨가해서 소스를 만드는 게 일반적인데요. 한 스타트업이 한국의 매운맛 그대로에서 살짝 변형만 거친 고추장 소스를 만들어 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해서 소마코가 달려갔습니다.
‘봉숙’의 고추장 소스는 미국 최대의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우리가 사랑한 프로젝트(Project We Love)’에 선정되며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요. 전직 제품 기자로서 말씀드리자면, 킥스타터 추천 항목에 선정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고요. 국내 프로젝트, 특히 K-푸드가 선정된 경우는 거의 없답니다. 봉숙의 고추장 소스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이유, 궁금하시죠? 소마코 에디터가 물어봤습니다.
Q: 소마코
A: 봉숙
Q. 안녕하세요. 농업 후계자도 아닌 두 분이 어떻게 장까지 담그게 되셨는지요.
A. 저희 두 공동창업자는 원래 식품 산업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 있었습니다. 조은아 대표는 27년간 판소리를 전공한 전통예술 아티스트, 김한솔 대표는 작곡가였는데요. 문화예술 콘텐츠를 매개로 처음 만나게 되었고, 예술을 넘어 실질적인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공통된 생각에서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Q. 예술가에서 농업 관련 창업이라니 특이한데요. 어떻게 아이템을 선정하게 된 건가요?
A. 아이템 선정은 의외로 자연스러웠어요. 조은아 대표 외가가 3대째 전통 장을 담그는 가업을 이어오고 있었지만 온라인 중심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장맛은 확실하니 그 기술과 노하우를 현대적으로 계승해 글로벌 시장에 알리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봉숙의 시작이었죠.
Q. 업체명인 왠지 장 장인(匠人) 같은 이름인데요. 사실 다른 의미가 있다고 들었어요.
A. ‘봉숙’은 조은아 대표 부모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와 만든 이름이예요. 가업을 이으며 부모님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담았는데요. 이후 ‘봉우리 봉(峰)’, ‘익을 숙(熟)’이라는 글자를 써서 ‘시간을 들여 숙성시키는 식품으로 높은 정상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철학을 담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장인의 이름인지, 대표자 이름인지 자주 묻곤 하죠(웃음).
Q. 해외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이름일 것 같네요.
A. 실제로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다는 반응이 많은데요. 두바이의 한 바이어는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영어명을 쓰는데, 봉숙은 한국적인 정체성이 강하게 느껴져서 더 신뢰가 간다”는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Q. 소개를 읽어보니 ‘서울 청년들’인데, 전라북도와 협업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다른 지역과 협업할 생각은 없으신지요.
김한솔 대표는 서울에서 자란 서울 토박이이며, 조은아 대표 역시 전북 군산 출신이지만 대학 이후 줄곧 서울에 살았는데요. 2019년 서울시의 ‘넥스트로컬’ 프로그램을 통해 전북 군산과 연결될 기회가 생겼고, 조 대표의 외가가 군산에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프로그램에는 최종 선발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이를 계기로 군산으로 내려가 지역과 협업을 시작했고, 현재는 전북의 다양한 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다른 지역의 특산 장류와도 협업하며 전국 각지의 맛을 세계에 알리고 싶네요.
Q. 고추장 소스 출시 이전 봉숙은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창업(2019년)부터 고추장 소스 제조(2025년)까지 기간이 좀 있는데요.
A. 이전까지 봉숙은 전북 농가 제품의 국내외 유통을 담당했어요. 지역 농가에서 생산된 팽이버섯을 활용해 만든 팽이버섯차, 숙취해소제 등을 호주, 중국 등에 수출했고요. 해당 업무를 통해 식품 라벨링, 수출입 법규 준수, 현지 소비자 취향 등을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Q. 전통 식품의 해외 수출은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나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A. 네, 그래서 적극적으로 찾아야 해요. 직접 온라인에서 바이어를 찾기도 하고, 해외 현지 박람회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바이코리아, 고비즈코리아 등 국내 유관기관의 플랫폼을 통해 알리기도 해요. 바이어 매칭 상담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해외 바이어를 찾고 있는데요. 주로 이들 바이어를 통해 해외 수출의 활로를 뚫습니다.
Q. 이미 성공적인 기업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 장 담그기에 도전한 이유가 있다면요.
A. 3대째 이어온 장 담그는 기술을 4대로 이어가기 위해 창업을 했고요. 수년간 직접 장 담그기를 수련해 현재는 외가 도움 없이 장을 제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젊은이들이 장을 직접 담그는 경험을 통해 봉숙 고추장 소스는 ‘전통과 현대의 접점’으로서의 깊이를 갖게 되었어요. 장의 깊은 맛에 현대적 테이스트가 가미되었다고 할까요. 장을 만드는 기간 동안 자금을 만들고 식품 산업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했고요. 그 결과 장의 품질이 충분히 올라오는 동안 식품 기업으로서 여러 가지 경험과 실력을 쌓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Q. 봉숙 고추장 소스가 킥스타터에서 주목받았죠. ‘Project We Love’에 선정된 것은 거의 천운에 가까운 것 같은데 비결이 있나요?
A. 사실 걱정이 많았어요. 킥스타에 한국 식품 브랜드 사례가 많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제품의 진정성과 스토리를 성실히 담아낸 덕분인지, 프로젝트는 빠르게 승인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Project We Love’에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사실 메타 광고 정도를 제외하면 별다른 마케팅도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Project We Love’ 선정 이후, 광고 협업 제안이 이어졌고, 바이어와 소비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첫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현재는 미국 인디고고 측의 제안으로 두 번째 캠페인을 준비 중입니다.
Q.대체 봉숙 고추장 소스가 어떤 맛이길래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던 걸까요? 사실 한국인 입장에서는 맛이 예상이 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고추장과 어떻게 다르길래 핫도그, 피자, 스테이크 등에 발라먹을 수 있죠?
A. 기존 꾸덕하고 텁텁한 고추장과 달리, 봉숙 고추장 소스는 매끄럽고 묽은 제형으로 제조됐는데요. 그래서 다양한 소스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스파이시 맛은 감자튀김, 맥앤치즈 같은 느끼한 음식과 조화를 이루며, 허니 맛은 비빔밥, 피자, 햄버거 등에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편이죠.
한국인의 입장에선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맛과 질감이지만, 이는 ‘전통’을 넘어 ‘글로벌 식문화’로 확장하기 위한 의도적 설계인데요. 단순히 부드럽거나 단맛을 추가한 것이 아니라, 지난 수년간 해외 박람회에서 받은 피드백을 제품에 반영한 것입니다.
실제로 현지에서는 스리라차나 핫소스의 대안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고요. 저희 고추장이 핫소스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에디터가 맛본 봉숙 고추장 소스는 고추장의 강렬한 첫맛은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끝맛에 우리가 아는 여러 소스들의 감칠맛이 맴도는 맛입니다. 매운맛 소스는 당장 타코랑 먹어도 될 정도로 타격감이 있는데 끝 맛은 부드럽고요. 단맛(Honey) 소스는 햄버거, 피자, 파스타 등과 함께 먹어도 이질감 없는 부드러운 맛이네요. 혼자 먹기 아까우니 이 소스를 국내 여러분도 어서 드셔보셨으면 좋겠습니다.
Q. 지난 업무 시간이 장맛을 완성하는 데 도움을 준 셈이네요. 구독자 44.8만 명의 ‘eatsbyrachel’ 채널에서도 고추장 소스가 등장해서 인기를 끌었는데요. 어떻게 협업하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A. ‘eatsbyrachel’ 채널과의 협업은 저희가 먼저 제안해서 성사된 것이었어요. 식품 콘텐츠에 강점을 가진 채널인 만큼, 봉숙 고추장 소스가 미국 현지 요리에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보여드리고자 제품을 전달했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긍정적인 반응을 주셨고, 리뷰 영상까지 제작해주신 덕분에 큰 힘이 되었어요.
Q. 해외에서는 고추장이 고추장 소스의 일부로 쓰이잖아요. 이 소스들과 봉숙 고추장 소스의 차이가 있다면요?
A. 실제로 해외에서는 고추장, 마요네즈, 핫소스를 섞은 '퓨전 소스'를 많이 사용합니다. 봉숙 고추장 소스는 접근 방식이 다른 편인데요. ‘섞는 것’이 아니라, 전통 장의 깊이를 살리면서 글로벌 요리에 어울리도록 만들었죠. 즉, 전통과 현대, 로컬과 글로벌 맛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쳤습니다.
예를 들어, 허니맛 고추장 소스는 일반적인 스위트칠리나 바베큐 소스보다 깔끔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주고, 스파이시 맛은 타바스코나 스리라차보다 매운맛의 결이 섬세해요. 또 다른 핫소스에서 볼 수 없는 ‘감칠맛’이 뛰어나 아시아와 서양 요리에 모두 조화롭게 어울립니다. 즉, ‘섞은 맛’이 아니라 ‘완성된 맛’인 거죠. 다른 소스를 섞을 필요가 없게 만든 게 특징이예요.
Q. 벌써부터 전 세계인이 살찌는 소리가 들리는데요. 다음은 뭘로 저희를 살찌우실 건가요.
A. 우선은 고추장 소스의 다양한 확장 라인업을 준비 중입니다. 아이들도 부모님과 함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유아용 고추장 소스,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살린 밀크 고추장 소스 등을 포함해 이미 20여 가지 레시피가 개발 완료된 상태고요. 이 중 10개 이상의 시제품이 만들어졌고, 소비자 반응을 기반으로 순차 출시할 계획입니다.
이 외에도 간장과 쌈장을 베이스로 한 현대적인 소스류도 개발 중입니다. 전통 장의 깊은 맛을 유지하면서도 일상적으로 활용하기 쉬운 제품으로 식탁 위 다양성을 더해갈 예정이에요.
Q. 세계인들이 K-매운맛 말고 K-감칠맛도 곧 볼 수 있겠네요. 봉숙의 미래, 어떻게 설계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봉숙은 '대한민국의 하인즈'가 되는 것을 꿈꿉니다. 하인즈 케첩은 세계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잖아요. 각 가정의 냉장고에 꼭 하나쯤은 들어 있기도 하고요. 일상의 글로벌 소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언젠가는 ‘K-소스’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식품 브랜드, 즉 아시아의 네슬레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고추장뿐 아니라 다양한 식품군을 통해 ‘식품 하면 봉숙’이 떠오르는 브랜드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Q.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식품 브랜드, 말만 들어도 찡하네요. 한국을 위해 모두 힘내주시길.
A. 물론 이 비전은 창업자인 저희 세대에서 모두 이루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강한 의지와 철학을 기반으로 다음 세대가 그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반짝이는 스타트업이 아닌, 오래 사랑받는 기업으로 자리 잡고 싶습니다.
Q. 전 세계 어디서든 고추장 소스를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오늘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소마코 콕📌
✔︎스타트업 봉숙이 만든 고추장 소스가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 추천 항목으로 등재됐어요.
✔︎봉숙은 전통 장인들이 만드는 소스를 계승한 현대적인 고추장 소스를 만들어요.
✔︎해외 유튜브 채널에서도 주목하는 등 해외에서 먼저 사랑을 받기 시작했어요.
EDITOR 수종철
"소마코 잡부 수종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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