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인생네컷을 접한 그날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해리포터 망토를 비롯한 온갖 소품, 여러 개의 포토부스, 그리고 실물로 인쇄되는 사진까지! 길쭉한 사진을 손에 쥐고 방방 뛰던 고등학생은 인생네컷 앨범만 몇 개를 가지고 있는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 또래는 여태까지의 청춘을 인생네컷으로 대표되는 '포토부스'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그래서 오늘은 이 포토부스에 대해 오목조목 짚어 볼까 합니다.
과거에는 필름 카메라를 주로 사용했죠. 사진을 찍으면 카메라 필름에 기록이 남고, 사진관에 필름을 들고 가 인화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인화한 사진을 두꺼운 사진첩에 하나씩 붙였죠. 그 다음에는 폴라로이드라는 게 있었는데요. 사진을 찍으면 바로 인화가 되는 카메라였답니다. 이렇게 말하니 뭔가 '라떼는'이 된 것 같아 조금 웃기기도 하네요.
하지만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고 핸드폰에 카메라 기능이 추가되며 사진 인화는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어요. 다들 화면을 통해 사진을 보게 된 거죠.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감이 조금 잡히시나요? '요즘 애들'이 포토부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진 인화라는 문화가 '겪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포토부스의 인기는 인화 사진으로의 회귀로도 볼 수 있어요.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레트로토피아'라는 책에서 동명의 단어를 가지고 작금을 설명합니다. 레트로토피아란 모두가 과거를 그리워하는 현상을 말해요. 과거를 겪어 봤던 사람뿐 아니라 과거를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까지요.
그 이유는 너무도 빠르게 발전하는 사회에 있습니다. 새로운 일은 너무도 많고, 트렌드는 수도 없이 바뀌니 이제는 과거가 곧 트렌드인 거죠. 핸드폰이 탄생한 이후 사진은 수없이 변해 왔어요. 화질의 변화, 필터의 변화, 그리고 보정의 변화. 포토샵으로 메이크업까지 할 수 있는 지금 제일 트렌디한 건? 인화 사진이 아닐 리 없습니다. 포토부스의 유행은 '트렌드에 질린 MZ의 일탈'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요즘 애들의 특징이 뭐냐. 과거를 좇는다고 해서 과거를 꼭 그대로 받아들이지만은 않는다는 건데요. 사진을 통해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오늘을 기억하던 세대는 이런 생각에 닿아버립니다. '이 자리에 없는 사람이랑도 사진 찍고 싶어.' 그렇게 포토부스에 도입된 게 핸드폰에서만 보이던 필터입니다. 근데 이제, 사람 얼굴을 곁들인.
위 사진은 2021년 진행된 소란과 인생네컷의 콜라보인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의도가 그렇게까지 불순(?)하지는 않았습니다. 내 얼굴을 찍는데, 그 밑에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니까요! 근데 이슈가 또 있다면 말이죠, 이 친구들이 프레임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저 저 프레임이 돈이 된다는 걸 알자마자 아이돌과 포토부스의 콜라보레이션이 시작됩니다. 근데 이제 프레임 안에 아이돌이 있어서 같이 사진을 찍는 기분이 나는 거죠. 오죽하면 '진짜처럼 인생네컷 찍는 법'과 같은 글들도 떠돌아다닐까요! 단순히 포즈만 취하는 걸 넘어서 아이돌 뒤에 그림자도 만들어 주고, 머리띠도 씌워 주며 노는 겁니다.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면... 저도 지성씨 프레임이 나오자마자 사진을 찍으러 뛰쳐나갔기 때문.
IP 산업에는 끝이 없죠? 이제는 웹툰/웹소설에 나오는 캐릭터와도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포토부스와 포토프레임은 이제 단순한 사진을 넘어서 '내가 만드는 나만의 굿즈'가 되어 버린 건데요. 굉장히 영리한 마케팅이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사진을 남기는 이유는 '예쁜 상태의 나'를 기록하기 위해서잖아요. 콜라보 프레임이 나오기 전까지는 '예쁜 날 인생네컷을 찍었다'면, 이제는 '인생네컷을 찍기 위해 예쁘게 꾸민다'의 상태가 되어 버린 거죠.
인생네컷은 이미 너무 많은 경쟁자가 생겼습니다. 포토부스는 소비자에게 좋은 콘텐츠이지만 동시에 좋은 사업 아이템도 되기 때문인데요. 당장 우리가 아는 것만 해도 포토그레이, 하루필름, 돈룩업, 픽닷. 셀 수도 없이 많죠. 그렇기 때문에 각 브랜드는 더 눈에 띄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포토부스의 원조격인 인생네컷 역시 최선을 다해 '단순 포토부스'의 이미지를 벗어나려 하는 중인데요. 안 그래도 따끈따끈한 소식이 도착했다는 사실!
4월 15일, 인생네컷은 감성을 살린 '인생네컷+ 익선점'을 오픈했다고 밝혔어요. 이곳은 전통적인 익선동의 거리에서 다양한 컨셉 부스를 경험할 수 있게 구성되었다고 해요. 또한 촬영한 사진을 포토카드로 뽑을 수 있는 포카아이(POCA I) 등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포토부스가 우후죽순 생기며 브랜드 사이에도 묘한 긴장감이 돌았는데요. 돈룩업은 카메라의 위치를 천장과 바닥으로 조정해 새로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고, 근래는 세탁기나 엘리베이터, 변기 등의 컨셉을 살린 포토부스들도 등장하고 있었어요. 인생네컷+의 등장은 이러한 포토부스 생태계에서 살아남으려는 시도로 보여요.
그리고 21일, 인생네컷은 글로벌 팬덤 플랫폼인 비스테이지와 MOU를 체결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인생네컷은 아이돌과의 콜라보를 통해 포토부스계의 선두주자임을 보여줬는데요. 비스테이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아예 못을 박으려는 모양입니다! 이번 협업을 통해 팬덤 특화 콘텐츠를 강화하고 팬 참여형 콘텐츠 개발에 주력한다고 하니 기대가 안 될 수 없는걸요?
오늘은 이렇게 인생네컷의 인기 원인과 콘텐츠, 그리고 전망을 함께 보았습니다. 수도 없이 포토부스를 들락거렸던 소비자로서 인생네컷의 다양한 도전들은 소비 의욕을 불태우게 하는 것 같기도! 특히 비스테이지와의 콜라보는 제 최애를 매일 포토부스 안으로 끌어들일 것만 같아 기대가 되네요. 소개해 드린 콘텐츠 이외에도 신문 재질의 인생네컷이나 자체 제작이 가능한 프레임처럼 새로운 콘텐츠가 계속 나오고 있으니 여러분도 취향껏 촬영하시기를 바랍니다. 다들 인생 사진 찍으세요!
오늘의 소마코 콕📌
✔️ 인화사진이 유행하는 이유는 과거로 회귀하려는 현상인 '레트로토피아' 때문!
✔️ 포토부스의 선두주자인 인생네컷은 아이돌과의 콜라보를 자주 진행하고 있어요.
✔️ 글로벌 팬덤 플랫폼과의 MOU 등을 통해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할 예정입니다/
EDITOR 내온은 쓰다
"대학생이자 마케터이자 에디터입니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