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Harry Potter), 스타워즈(Star Wars) 등 다양한 IP와 활발히 협업을 진행하는 기업이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완구 회사인 ‘레고(LEGO)’다. 레고는 자사의 제품에 유명 IP의 캐릭터, 건물 등 다양한 콘텐츠를 녹여내 해당 IP의 팬덤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어내고 있다.
“단순히 조립하기 재밌고 완성했을 때 멋있는 레고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그만 아닌가?”라고 간단히 생각할 수 있지만, 기존 레고 팬은 물론 협업한 IP의 두터운 팬덤까지 한번에 사로잡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특히 팬덤의 경우 제품의 인기를 견인할 두터운 조력자가 될 수 있는 동시에 자칫 가장 냉정하고 비판적인 비평가가 될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는 만큼, 팬덤을 효과적으로 사로잡는 데는 많은 고민과 전략을 필요로 한다.
팬덤을 효과적으로 사로잡는 레고의 비결은 22일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MAD STARS)에서 공개됐다. 이날 연사로 참여한 에이들린 로슬리(Adlin Rosli) 레고 에이전시(Our LEGO Agency) 크리에이티브 매니저는 연단에 올라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레고의 팬덤 마케팅 전략에 대해 가감 없이 소개했다.
‘팬덤 마케팅: 목소리 톤의 중요성’으로 강연을 시작한 그는 가장 먼저 “팬덤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말문을 열었다. 에이들린 매니저는 팬덤은 낯선 개념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팬처럼 스포츠 클럽에 빠져있는 사람도 있고, 게임 매니아도 있다. 이처럼 무언가에 푹 빠져 있다면 팬덤에 속해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에이들린 매니저는 “팬덤에 속한 것만으로 팬은 정체성을 얻거나, 그 안에서 이뤄지는 사회적인 상호 작용을 통해 소속감과 인사이트를 얻기도 한다”며 지속적으로 팬덤이 형성되는 이유를 덧붙여 설명했다.
이처럼 팬덤은 한 때의 유행이 아닌 오랫동안 지속되는 사회적인 현상에 가까운데, 에이들린 매니저는 마케팅 관점에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거대한 잠재 고객층인 팬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팬들의 관심과 선호도, 가치를 파악하고 그들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팬덤의 성향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그들의 톤과 목소리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바탕으로 존중하고 표현하는 게 바로 크리에이티브 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팬덤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기반으로 팬덤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로 에이들린 매니저가 소개한 사례는 1970년대 출시해 오랫동안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테이블 탑 롤플레잉 게임인 ‘던전 앤 드래곤(Dungeon and Dragon)’과의 협업이다.
에이들린 매니저는 해당 게임의 팬이 레고와의 협업 제품에 호감을 가지고 팬덤 콘텐츠에 일환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레고 팀 또한 해당 게임의 ‘진짜 팬’이 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레고는 던전 앤 드래곤과의 협업을 진행하며 팬덤의 톤과 목소리를 이해하고 자세히 들여다 보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는데, 짧은 길이의 영상 광고를 제작할 때도 그들의 세계를 대표할 수 있는 오브젝트나 이미지는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이에 대해 에이들린 매니저는 “팬은 그들의 세계를 대표하는 무언가가 광고, 미디어 등을 통해 노출되는 것 만으로도 기쁨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미디어 노출 외에도 그는 SNS 등 팬들과 소통하는 자리 또한 “팬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전했는데, 그는 “팬덤 문화에 기반한 농담이나 표현들을 이해하고 브랜드 차원에서 팬이 마치 팬덤의 일원과 대화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팬덤 마케팅의 좋은 사례”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해당 팬덤의 팬을 마케팅에 포함시키는 것 또한 좋은 전략”이라고 밝혔다. 실제 레고는 해당 전략의 일환으로 던전 앤 드래곤과의 협업을 진행하며 해당 게임의 인플루언서가 레고 하우스 지하에 레고로 제작된 특수 테이블에서 게임을 즐기는 콘텐츠를 제작해 공개하기도 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에이들린 매니저는 “거대 팬덤을 가진 IP와 협업할 때는 늘 민첩해야 한다. 팬덤이 자신들의 문화를 잘못 해석했다고 느끼거나 존중 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된다면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거대 팬덤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그 무엇보다 팬덤에 대한 이해와 진정성을 등한시하지 말아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Writer. 이민호
by. 디지털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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